논평

[논평] ‘진실’도 ‘화해’도 저버린 진실화해위 신임 위원장 임명

주권자전국회의 2022. 12. 15. 15:33

  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 2대 위원장에 김광동 상임위원이 임명되었다. 신임 김광동 위원장은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은 명백한 허위이다.’ ‘북한군 개입 가능성이 있다.’ 등의 주장을 논문에 쓴 사람이다. 또한 그는 제주 4·3을 공산주의 세력에 의한 폭동이라고 주장한 인물이다. 그가 신임 위원장에 임명되면서 1기와 2기 2년 동안 진실화해위가 그나마 이루어 놓은 성과가 모두 무위로 돌아가고 다시 이런 문제들이 혼란에 빠지면서 갈등만 증폭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가 주장하는 것들 중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은 명백한 허위가 아니라 명백한 진실임이 이미 판명되었다. 국방부가 공식 인정하였고, 헬기 사격을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를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한 전두환에 대해 사법부가 사자명예훼손죄 유죄 판결을 내렸다. 이로써 국가기관에 의해 헬기 사격은 사실로 인정된 것이고, 그것을 주장한 사람들의 증언은 진실이 된 것이다. 그러므로 김광동 위원장의 주장은 명백한 오류가 되었다.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북한군 개입 가능성 역시 이미 허구로 판명되었다.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위원회는 조사 기간을 1년 연장하여 지금도 활동 중이다. 이 위원회에서 북한군 개입의 가능성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을뿐더러 심지어 항쟁 직후 계엄사 발표, 1985년 국방부 재조사 등 군부 정권하에서도 그러한 가능성은 이야기되지 않았다. 1988년 국회청문회, 1995년 검찰 및 국방부 조사, 1996년~1997년 재판, 2007년 국방부 과거사위원회 조사 등을 거치면서도 북한군이 대대 규모로 침투했다는 증거나 정황은 한 번도 발표된 바 없었다. 그리고 박근혜 정부 당시의 정홍원 국무총리도 이것은 역사 왜곡이고, 이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검찰 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일부 극렬한 자들이 자기 이념적 잣대로 주장해 왔는데, 이에 대해 사법부도 이러한 주장을 한 지만원에게 1억800만원 배상에 이어 1억1천400만원 배상 판결을 내렸고, 이에 대한 명예훼손 재판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따라서 이 또한 명백한 허위임이 분명하다.

  제주 4·3사건은 ‘제주 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제2조 제1호의 규정에 의해 “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하여 1948년 4월 3일 발생한 소요사태 및 1954년 9월 21일까지 발생한 무력충돌과 진압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으로 규정되어 있다. 이 희생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추도사 등을 통하여 국가 원수로서 사과하였고, 박근혜 정부는 ‘4·3희생자 추념일’을 처음으로 ‘국가기념일’로 지정하였다. 또한 2019년 1월 17일 제주지방법원은 불법군사재판에 의해 수감된 4·3 생존 군사재판 수형인 18명을 재심 끝에 공소기각 판결을 내려 사실상 무죄를 인정하였다. 이러한 무죄판결은 이후 계속 이어졌다. 그리고 1999년에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여 2000년부터 시행되기 시작했고, 작년에 그 개정안이 통과되어 올해 4월부터 시행되기에 이르렀다. 이런 경과들은 행정부, 사법부, 입법부 등 모든 국가기관들이 4·3사건의 진상규명과 희생자 명예회복에 나서야 함을 인정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으로, 편협한 이념적 잣대로 4·3사건을 규정하는 아집은 이미 이 사회에서 부정당하는 것임이 명백해졌다고 보아야 한다.

  물론 민주주의사회에서 다른 주장이 있을 수 있다. 소수만의 주장도 존중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것이 전국민적인 진실 규명과 화해를 위한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명백한 허위와 갈등 조장에 의한 것이라면 그것은 제재를 받아야 한다. 더욱이 그것을 주장하는 사람이 진실 규명과 화해를 위해 앞장서야 할 진실화해위의 위원장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김광동 신임 위원장은 과거의 일을 말하지 말라고 하면서도 자신의 과거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발언을 일절 하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그 생각을 지금도 갖고 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여기서 우리가 분노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이런 사람을 다른 기관도 아닌 진실화해위 위원장에 임명한 윤석열 대통령의 황당한 인사이다. 윤 대통령은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서 기념사를 통해 “우리는 42년 전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피로써 지켜낸 오월의 항거를 기억하고 있다. 그날의 아픔을 정면으로 마주하면서 우리는 이 땅에 자유민주주의를 발전시켜 왔다”고 하였다. 또한 당선인 시절인 4월 3일에 제주 4·3추념식에서 4·3의 희생자들이 ‘무고한 희생자’이며, ‘4·3의 아픔을 치유하고 상흔을 돌보는 것은 4·3을 기억하는 바로 우리의 책임이며, 화해와 상생, 그리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대한민국의 몫’이라고 하였다. 그런 주장을 한 그가 어떻게 광주민주화운동에 북한군이 대규모로 개입했을 가능성을 언급하고, 제주 4·3을 공산주의 폭동이라고 주장하는 자를 다른 직책도 아닌 ‘진실화해위’ 위원장에 임명할 수가 있는 것인가? 그러면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과 4·3추념식에서 한 그의 말은 그냥 아무 생각없이 한 말인가? 아니면 김광동 위원장과 같은 생각이면서도 그런 거짓말을 한 것인가? 윤 대통령은 이에 대해 명백한 견해를 밝혀야 할 것이다.

  광주민주화운동과 제주 4·3은 ‘공권력에 의한 민간인 학살’이다. 광주민주화운동에서 군이 민간인을 무차별 학살했다는 것은 여러 차례 밝혀진 바이다. 제주 4·3에서도 미군 G-2 보고서에 따르면, 사망한 제주도민들 중 80% 이상은 토벌대에게 죽었다고 밝히고 있을 정도다. 여기에 편협한 이념적 잣대를 들이대서 자기 마음대로 주장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진실과도 거리가 먼 것이고, 희생자와 유족들을 아프게 함으로써 화해를 짓밟는 일이 될 것이다. 이러한 점을 인정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은 당장 김광동 위원장을 해임하고, 진정으로 진실과 화해를 위해 일할 수 있는 위원장을 임명하라. 혹시라도 김광동과 같은 인물을 내세워 지금까지의 진실과 화해를 위한 우리 사회의 노력을 무위로 돌리겠다는 망상을 한다면, 국민들의 힘으로 김광동 위원장이 끌어내려지는 것은 물론, 윤석열 정권에도 치명적인 결과가 올 수 있음을 분명히 경고하는 바이다.



 2022. 1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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