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거짓 화해는 또 다른 비극을 낳는다
- 5.18단체 일부 임원과 특전사동지회의 ‘화해 포용 감사 대국민선언’은 거짓 화해일 뿐
2월 19일에 5.18단체 일부 임원과 특전사동지회가 ‘화해 포용 감사 대국민선언’을 함께 하고, 5.18묘역을 참배한다고 한다.
현대사의 비극에서 가해자와 피해자가 화해를 할 수 있다면 무엇보다도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우리가 여기서 놓쳐서는 안 될 일이 있다. 화해가 이루어지려면 가해자들 중 특히 책임있는 자들의 진정한 뉘우침과 사과가 있어야 하고, 진실 규명을 위한 솔직한 고백이 있어야 한다. 나아가서 이에 대한 기록이 있어야 하고, 온 국민 특히 자라나는 세대에게 이러한 과정이 낱낱이 공개되고 숙지될 수 있어야 한다.
5.18광주민주화운동에서 이 중 어느 것이 충족되었는가? 하나도 없다.
5.18광주민주화운동은 일부 탐욕스러운 정치군인들이 국가권력을 탈취한 뒤 비무장의 국민을 학살한 사건이다. 그리고 그 학살에 저항하여 시민들이 스스로 무장하였던 항쟁이다. 또한 그 항쟁의 과정에서 단 한 건의 불미한 사건도 일어나지 않을 정도로 공동체의 숭고한 도덕을 보여준 현대사의 위대한 귀감이었다.
학살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최초의 발포 명령자가 밝혀져야 하고, 항쟁의 과정에서 일어났던 온갖 잔인무도한 행위들에 대한 진상이 규명되어야 하고, 암매장의 진상 등 은폐된 진실을 밝혀야 한다. 그리고 그 모든 것들에 대한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 시일이 많이 흘러서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면 역사적인 기록으로 남겨야 하고, 온 국민이 알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런데 학살을 자행한 당시 신군부의 가장 핵심이었던 전두환과 노태우는 진실을 말하지 않고 변명으로 일관하다 저세상으로 갔을 뿐 아니라, 그 외의 신군부 핵심 세력 역시 진상규명에는 침묵을 지키고 오히려 5.18민주화운동의 항쟁 정신을 능욕하는 짓도 서슴지 않았다.
우리는 국가권력을 빙자한 당시 신군부의 명령에 어쩔 수 없이 동원되었던 계엄군 장병들을 개인적으로는 얼마든지 용서할 수 있고, 그들과 화해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들에게 학살과 온갖 반윤리적 행태를 지시했던 신군부의 지휘부와는 절대로 용서할 수 없고, 화해할 수도 없다.
이번 대국민선언은 가슴 아픈 기억을 가져야 했던 계엄군 징병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내란 목적 살인을 통해 동족을 학살하여 얻은 권력으로 부귀영화를 누리는 자들의 범죄를 은폐해주는 거짓 화해일 뿐이다. 518단체의 일부 임원들이 상대로 하는 특전사동지회는 어떤 곳인가? 학살 주범 중 한 명인 정호용이 초대 회장을 했던 곳이다. 그는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전두환의 지시를 받아서 학살을 총지휘한 특전사령관이었음에도 한마디 반성과 사과도 한 적이 없고, 최근에는 강남 지역에 어마어마한 재산을 갖고 있음이 드러난 바 있다.
생각해 보라! 5.18광주민주화운동 과정에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지금 불귀의 객이 되었거나 살아 있어도 온갖 육체적 정신적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반면에 가해자였던 신군부 지휘부의 대부분은 부귀영화를 누리면서 대대손손 물려줄 재산을 취득하고 여생을 즐기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무슨 화해가 된다는 말인가?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직후 5.18기념식에 참석해서 5.18정신을 몇 차례 강조하며 꼭 지키겠다고 선언을 하였다. 그러나 그는 그 뒤 얼마 지나지 않아서 5.18에 북한군이 개입했다는 황당무계한 주장을 하는 김광동을 2기 진실화해위 위원장에 임명하였다.
이러한 상황으로 볼 때 학살 원흉들에게 면죄부를 주고, 5.18정신을 능욕하는 자들의 활동 영역을 넓혀 주는 거짓 화해는 또다른 비극을 낳을 것이다. 이번 대국민선언을 주도하는 5.18단체 일부 임원들은, 이러한 거짓 화해가 5.18영령과 피해자들, 나아가서 모든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임을 명심하고, 즉각 이와 같은 만행을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2023. 2. 14
주권자전국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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