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논평>유통기한 지난 간첩몰이 압수수색, 윤석열 정권은 2023년을 살라

주권자전국회의 2023. 1. 18. 14:48

<논평>유통기한 지난 간첩몰이 압수수색, 윤석열 정권은 2023년을 살라

 

지난 해 화물연대 파업 과정에서 다소나마 지지율을 회복하며 재미를 본 정권이 오늘 다시 한 번 같은 카드를 꺼내들었다. 국가정보원과 경찰청은 18일 오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본부 사무실 압수수색을 시도했다. 같은시각 보건의료노조 사무실과 광주 기아자동차 노조 사무실, 세월호 제주기억관 평화쉼터에서도 압수수색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졌다. 

국정원은 "제주 'ㅎㄱㅎ', 창원 '자통' 등 간첩단 혐의 지하조직 사건수사를 통해 증거를 확보해 강제수사가 필요했다"고 압수수색 근거를 들었다. 하지만 국정원은 이와 관련해 구체적인 혐의를 전혀 입증하지 못했고 수사받은 8명 중 구속기소된 인사는 단 한 명도 없다. 언론을 통해 떠들썩하게 간첩단, 국가보안법 같은 말들을 쏟아냈지만 정작 실질적인 내용은 전혀 없는 셈이다.

정권을 쥔 자들이 구미에 맞지 않다는 이유로 무고한 시민들을 간첩으로 몰며 노동운동과 민주화운동을 탄압했던 역사가 자명하다. 소위 빨갱이 몰이는 시간이 흘러 근거없이 자행된 강압적 국가폭력으로 정리되었다. 비교적 최근인 2012년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 역시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 씨의 무죄, 국정원의 증거 조작 유죄로 판가름 난 바 있다.

물론 과거 냉전체제 속에서 남과 북은 적대적으로 경쟁했다. 하지만 남과 북이 각각 처한 현실 속에서 평화 공존하며 화해를 추구해야 할 현실에서 '간첩단' 운운하며 자행하는 압수수색은 2023년의 대한민국과 국민을 모독하는 것이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모두 이루어내며 쌓인 시민들의 판단능력과 사회시스템의 자정작용을 무시하는 처사기 때문이다.

오늘의 동시다발적 압수수색은 서울로와 테헤란로를 각각 두며 우호관계를 맺어온 이란을 적으로 돌린 대통령 망언을 가리기 위한 술책인가, 혹 경찰로 이관될 예정인 대공수사권을 지키기 위한 국정원의 과잉충성인가.

조선일보 인터뷰로 신년기자회견을 갈음한 윤석열 대통령은 "결국 정치는 국민들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고 국가의 미래를 준비하는 일이다. 이것을 도외시하고 여기서 멀어지면 정치가 병들게 된다.”고 생각을 밝혔다.

여전히 제대로 된 권한을 행사하지도, 권리를 보호받지도 못하는 수많은 노동자를 대변하는 이들을 탄압대상으로 삼으며 국민들의 먹고사는 문제를 외면하는 이는 누구인가. 철지난 과거의 공포정치를 매개로 청년과 시민들의 좌절과 분노를 발화시켜 정치동력 삼으며 사회를 병들게하는 이가 누구인가.

오늘 압수수색은 지금 정권이 여전히 과거의 인식과 사고체계에 갇혀 있음을 여실히 증명한다. 생각이 과거에 머물러 있는데 어떻게 국가의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지 스스로 돌아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