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옥-정해랑- 그가 탈옥했다 담을 넘은 것도 아니고 쥐구멍으로 기어 나온 것도 아니고 감옥을 폭파시킨 것도 아니었다 형리들이 대문을 활짝 열어젖히자 보무도 당당하게 제 발로 탈주했다 판관의 지엄하신 결정이라고 했다 기다렸다는 듯 한마디 이의 절차 없이 풀어주라고 한 검찰관 우두머리의 추상 같은 명령이라고 했다 칠십년이나 적용하던 것을 왜 그에게만 바꾸어 적용하는지 사흘만에 다시 왜 원래대로 돌아갔는지 도대체 이해할 수 없었다 이제 법전은 엿이나 바꿔 먹어라 한 사람만을 위한 법 사흘만 쓰고 다시 둔갑하는 법 적용 그 마누라와 간신들을 위한 법은 쓰레기통에나 쳐넣어라 괜히 고상한 척하지 말고 솔직히 선포하라 내란수괴를 풀어주어야 너희가 살 것 같다고 차라리 네 죄를 내가 알렷다 하던 시절로 돌아가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