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논평] 이태원 참사, 국민안전은 정부의 존재이유다

주권자전국회의 2022. 11. 30. 10:38

[논평] 이태원 참사, 국민안전은 정부의 존재이유다

 

핼러윈을 맞아 10만 여명이 찾은 용산구 이태원에서 154명(외국인 26명 포함)이 목숨을 잃었다. 통상 핼러윈을 맞으면 지자체가 경찰력을 동원해 교통정리와 안전을 담당한다. 우리의 이태원같은 상징성을 띤 일본의 시부야, 이태원이 참고했다는 홍콩의 란콰이퐁 역시 핼러윈 같은 인파를 맞이하면 경력을 동원하고 펜스를 치며 유동을 관리한다.

이번 핼러윈을 맞아 동원된 경력은 최초 200명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배치된 경력은 이보다 적은 137명 선으로 알려졌고 이마저도 혼잡 경비가 아닌 취객의 난동, 112신고에 대응할 인력으로 꾸려졌다. 숱한 인파가 오가는 거리의 안전을 담당할 경력이 사실상 없었던 셈이다.

이런 와중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파악하기로는 그전과 비교했을 때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이지 않았다"라는 진단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토요일 오후 도심 집회로 경력이 분산된 측면이 있다"고 부연했다. 

비겁하다. 다른 사안으로 인한 경력 분산이 진짜 문제라면 이상민 장관은 대통령실 용산 이전으로 인한 용산경찰서의 업무 과중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지난 10월 5일 더불어민주당 임호선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용산경찰서 경비과 직원들은 대통령 취임 후 3개월(6월~8일) 동안 총 6123시간을, 직원 1인당 월평균 86시간을 초과근무했다. 경비과는 집회·시위 현장 관리를 담당하는 부서다. 이보다 더한 경력분산이 어디에 있는가.

이태원 참사를 두고 일각에서는 가슴아픈 참사에 '과도한 정치적 해석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한다. 일견 타당한 지적이다. 하지만 청춘들의 목숨을 앗아간 참사에 가장 먼저 '집회로 인한 경력 분산' 운운하며 정파싸움을 덫칠한 이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아닌가. 자신의 실책을 숨기기 위해 시민들의 정치피로감 뒤로 숨어버리는 행태가 아닐 수 없다.

핼러윈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만드는 축제다. 별도의 주최 측이 없다. 해서 누구의 책임을 묻기 힘든, 안타까운 사고라는 반응이 나온다. 하지만 올해의 10만 명보다 더 많은 인파가 이태원을 찾은 지난 핼러윈에서는 이 같은 사고가 없었다. 지난 핼러윈은 단순히 운이 좋아서 사고가 나지 않았고 올해는 운이 나빠 사고가 난 것일까? 

이태원의 핼러윈은 서울시와 용산구가 관련 대응을 해온 만큼 새롭게 선출된 서울시장과 용산구청장이 관련 계획을 제대로 세우고 대비했는지도 반드시 따져보아야 한다. 참사당시 용산소방서장의 현장 브리핑은 그래도 사태가 서서히 수습되고 있다는 안도감과 함께, 사고를 관리하고 수습해야 할 책임이 있는 서울시장과 용산구청장은 어디에 있었는지, 얼마나 철저히 대비했는지 함께 묻게 만든다.

안전관리는 티가 안난다. 잘해야 본전이기 때문이다. 겉치레와 보여주기식, 성과중심 사고방식의 행정에서는 가장 소홀하기 쉬운 영역이다. 그렇다고 눈에 보이지 않는 안전관리에 소홀하면 우리의 일상이 무너진다. 정치와 행정, 정부의 존재 이유로 가장 먼저 '국민의 안전과 재산 보호'를 꼽는 이유다.

모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데뷔해 앞날이 창창한 배우의 꿈이, 스무살 생일을 맞아 핼러윈을 처음 즐기러 온 청춘이, 이태원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에 매료돼 현장을 방문한 일본 어느 시골 청년의 설렘이 하룻밤 사이 비명에 사라졌다. 모두 내 친구, 내 가족, 우리 모두의 일상이었다.

전 세계 청춘이 찾은 젊음의 거리를 뒤덮은 침묵 앞에서, 우리는 누구에게 무엇을 물을 것인가.


2022. 10. 31
주권자전국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