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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권 심판과 연합정치

주권자전국회의 2024. 3. 6. 13:55

윤석열 정권 심판과 연합정치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기 위해서는 연합정치가 필수이다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기 위해서는 연합정치가 필요하고, 그것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물론 이에 대한 이견도 있다. 윤석열 정권의 심판이 아니라 제도권 거대양당에 대한 심판이 되어야 한다는 이들도 있고, 지금의 위기 정국에 책임이 있는 더불어민주당과 연대하는 것은 윤석열 정권의 심판을 더욱 어렵게 하고, 해봤자 또다시 윤석열 정권과 같은 독재정권이 등장하게 할 것이라는 주장을 하는 이들도 있다.

 

반대로 윤석열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는 사람들 중에는 민주당원과 그 지지자들이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이들 중에는 윤석열 정권을 종식시키면 되지 굳이 연합정치라는 골치 아픈 길을 갈 필요가 있냐고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이것 역시 관점의 문제인데 적어도 민주당을 지지하더라도 진보운동의 관점에서 지지할 것이라는 점을 전제로 해야만 여기서 말하는 논지의 전개가 가능하다.

 

두 가지 양쪽의 이견은 관점에 대한 문제이고, 여기에서 다루고자 하는 논점에서 일탈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단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고자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연합정치가 불가피하다는 현실을 수용한다는 것을 전제로 논지를 이끌어 가겠다. 다만 한 가지 확실히 해야 할 것은 연합정치를 한다고 해서 연대의 상대와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무비판적으로 모든 것을 수용한다는 것도 아니다. 다르기 때문에 연대를 하는 것이다.

 

 

절차적 민주주의의 정착과 민주화운동의 분화

 

지금의 현실을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이전에 좋았던 세상이 윤석열이 나타나서 갑자기 나빠진 것은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적어도 진보운동의 관점으로 현실을 보는 사람이라면 그렇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해서 하나도 변한 것이 없다는 생각에는 동의할 수 없다. 지금의 현실은 1987년 이후 전진하는 진보운동과 후퇴하는 반민족수구세력 사이의 일진일퇴의 정세로 볼 수 있다.

 

1987년 이후의 정세는 이 땅에 절차적 민주주의를 정착시켰다. 이것을 위해 이 땅의 민중은 엄청난 피를 흘렸고, 마침내 불완전하나마 그것을 쟁취할 수 있었다. 지금 누구나 그것의 수혜를 누리면서 자신의 요구를 관철시키려 하고 있다. 그것은 현재 진보운동의 진전에 제약이 되기도 하지만, 중요한 무기가 되고 진지가 되어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 점을 망각하고 변한 게 없다고 하는 주장은 자기 만족만을 추구하면서 현실을 외면하는 것이다.

 

동시에 이전에 군사독재와 함께 싸우던 민주화운동은 분화되었다. 1987년 이전에도 진보운동은 세력으로서 분명히 존재했다. 하지만 대중들에게 정치적으로 인정될 만한 세력은 아니었다. 절차적 민주주의가 정착되는 과정에서 진보운동은 비로소 정치적으로 그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런 상황에서 민주화운동의 정치적 구심 역할을 한 보수야당과 분화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었다. 또한 진보운동 자체의 분화도 촉진되었다.

 

진보운동의 분화는 여러 가지 차원에서 복잡하게 진행되었다. 이에 대해서는 이견이 많으므로 자세하게는 다루지 않겠다. 다만 우리가 진보정치세력이라고 부르는 세력과 시민사회세력이라고 부르는 세력의 분화는 분명하게 알 수 있다. 그밖에 이 사회를 보는 견해 등에 대한 견해 차이로 인한 분화가 있는데, 중요한 것은 그것이 분열로 이어지지 않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진보운동을 궤멸시키고자 하는 수구세력과 외세가 엄존하기 때문이다.

 

분화가 분열로 되지 않으려면 자기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무엇을 주장하는지부터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그리고 자기의 잣대로만 현실을 규정하고, 다른 생각은 모두 틀렸다는 식으로 말해서는 안 된다. 그것이 분화를 비본질적인 문제로 확대시키면서 분열에 이르게 하는 것이고, 지금 우리 진보운동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다른 생각을 정확히 이해하고 존중한다면 연대와 연합은 불가피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1987년 이후의 정세에서 절차적 민주주의가 정착되었고, 민주화운동이 분화되었으며, 진보운동도 분화되었다는 현실을 인정한다면 현재 상황에서 절차적 민주주의를 통해 진보운동이 어떻게 유능한 정치세력이 될지를 생각해야 하고, 분화된 현실을 인정하면서 자기와 다른 생각을 가졌다고 비방하거나 쉽게 배척하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그것은 현재 누구도 독자적으로 정국을 주도할 수 없다는 것 때문에도 그러하다.

 

 

진보운동에 주어진 두 가지 과제와 일보 전진

 

이러한 현실 속에서 진보운동에는 두 가지 과제가 주어졌다. 하나는 수구세력의 반격을 막아내면서 그들을 정치적으로 무의미한 존재로 만드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독자적인 정치세력화를 이루는 것이었다. 전자에는 정치적으로 민주세력의 대표로 인식되는 민주당 계열의 정당과 연대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고, 후자에는 진보운동의 독자적인 정치세력화가 필요하였다. 이 두 가지 과제가 부분적으로 성공하면서 실패해 온 것이 지난 30여 년의 역사이다.

 

지난 21대 총선 직전에 준연동형비례대표제를 민주당과 진보정당들 사이에 합의를 통해 만들어낸 것은 연합정치를 통해 선거제를 개혁한 일보 전진이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위성정당 때문에 그 의미가 퇴색되었다. 역시 수구세력인 당시 미래통합당(현재 국힘당)이 문제였고, 그들의 꼼수에 뒤따라 간 민주당에도 책임이 있다. 하지만 진보운동 역시 그것을 제어해 나갈 만한 능력도 부족했고, 판단 착오도 있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비록 퇴색되었다고 하더라도 선거제, 특히 비례대표제의 변화를 통해 볼 때 그것은 분명히 진일보한 제도였다. 선거제도는 민심 그대로 그 결과가 나올 때 비로소 의미 있는 제도가 된다. 그러려면 최대한 사표가 없는 제도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국민 각계 각층을 대표하는 사람들이 최대한 의회에 진출할 수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서 대표성과 비례성이 보장되는 선거제도가 되어야 한다.

 

군사독재정권 시절에는 비례대표를 전국구라는 이름으로 여당에게는 안정적인 정국 유지를 위한 혜택으로, 1야당에게는 정치자금 마련을 위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게 하였다. 그래서 비례대표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대단히 부정적이다. 여당의 안정적인 정국 운영을 위해 이용되던 비례대표제를 유효투표율에 따라 배분하기로 한 것은 절차적 민주주의가 정착된 19876월민주항쟁 이후이다.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서 2002년 지방선거와 2004년 국회의원선거부터 우리는 지역구 후보와 비례후보를 위해 정당에 투표하는 12투표를 하게 된다. 그것이 바로 병립형이다. 그것 역시 이전보다는 진전된 것이었다. 하지만 사표에 담겨 있는 민심을 반영할 방법은 되지 못했다. 그리고 소수세력을 대표하는 이가 의회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은 매우 제한적이었다. 이러한 문제 의식에서 선거제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하게 된다.

 

202021대 선거에서 우여곡절 끝에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하게 된다. 지역구에서 얻은 득표와 의석의 차이를 계산해서 비례대표 선출에 반영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지역구에서 많은 의석을 차지한 정당은 사표가 적기 때문에 비례대표 의석을 얻는 데 불리하다. 사표가 많은 소수정당이 유리해지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연동형이 거대정당에 불리한 것은 확실하다. 수구기득권세력인 미래통합당(현재 국힘당)이 한사코 반대한 까닭이다.

 

 

병립형 회귀 저지의 역사적 의미

 

그러나 당시 민주당은 진보정당과 함께 비록 완전 연동형은 아니더라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합의하여 관철시켰다. 그것이 위성정당 문제로 퇴색해진 뒤, 지난 4년 동안 선거제와 관련된 논의는 상당히 많았지만 수구세력인 국힘당이 거대양당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동안에 그 모든 논의는 무의미한 것이 되어 버렸고, 남은 것은 병립형 회귀냐 아니면 현행 제도 유지와 위성정당방지법 제정이냐가 되어 버렸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이 선거승리에 유리할 수 있다면서 병립형으로 회귀하려는 생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민주당이 현행 제도에서 총선 승리를 하는 방식을 찾겠다며 준연동형비례대표제 유지를 결정해서 선거제가 퇴행하는 일은 없게 되었다. 이것은 이재명 대표의 결단이기도 하지만, 거기까지 가는 데 진보정당들과 시민사회의 무수한 노력이 있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지난 해 9월 이후 시민사회단체, 민중조직 들이 참여하고 있는 2024정치개혁공동행동과 진보정당들이 무수한 기자회견, 토론회, 면담, 농성 등을 통해 병립형 회귀 반대를 촉구했다. 또한 70년대 이후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해 싸워온 원로들이 민주당에 여러 차례 병립형 회귀 반대를 천명하고 압박한 것도 하나의 힘이 되었다. 물론 민주당 내 많은 의원들이 병립형 회귀를 반대하는 강력한 의사를 보여준 것 역시 이와 같은 결과를 낳게 한 원동력이었다.

 

병립형 회귀를 막고 준연동형비례대표제나마 유지할 수 있게 된 과정을 보면 기득권 양당의 태도가 어떠한지를 알 수 있다. 수구세력인 국힘당은 퇴출시켜야 할 존재이고, 더불어민주당은 동요하지만 여전히 민족민주운동이 연대해 나가야 할 정치세력인 것이다. 이로써 민주당은 반윤전선을 유지 강화시킬 수 있고, 진보운동은 독자적 정치세력화를 위해 좀더 유리한 조건을 마련한 것이었다.

 

준연동형비례대표제는 선거제도에서 일보 전진한 제도이다. 이것을 민주개혁진보세력이 만들어낸 것은 하나의 진전이었다. 민주당의 병립형으로 회귀하려는 움직임을 막아내고, 준연동형비례대표제를 유지한 것은 또 하나의 진전이다. 그리고 민주개혁진보선거연합을 하는 것은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전국비상시국회의, 한국진보연대, 시민단체연대회의를 중심으로 정치개혁과 연합정치를 위한 시민회의를 결성한 것도 진전이다.

 

 

불완전한 진전과 남은 과제

 

정치개혁과 연합정치를 위한 시민회의(시민회의)와 민주당, 진보당, 새진보연합 사이에 합의가 되고, 논의가 진행되었다. 이들은 준연동형비례대표제에 기초한 호혜적인 민주개혁진보선거대연합을 구축하기로 합의하였다. 이는 지속적인 정치개혁과 정책연합, 비례대표추천에서의 연합, 지역구에서 연합 등을 포함하여 통합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각 주체 사이의 신속한 정치협상, 정책연합 협상을 하기로 합의하였다.

 

아쉬운 것은 녹색정의당이 참여하지 않겠다고 결정했다는 점이다. 그 점에 관해서는 녹색정의당의 입장이 있는 것이므로 여기서 자세히 언급하지는 않겠다. 녹색정의당은 지역구에 대해서는 선거연대를 하고, 비례연합정당에는 참가하지 않고 독자 공천을 하겠다고 하였다. 지역구연합과 정책연합에서 좋은 연대가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것이 녹색정의당도 살고, 진보운동, 나아가서 전체 민주세력이 사는 길일 것이다.

 

다만 현재 시민회의와 3당 사이에 구성할 비례연합정당이 위성정당이냐 아니냐 하는 점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 위성정당은 본체인 정당에 종속된 정당이다. 그러므로 민주당에 시민회의나 다른 진보정당들이 종속되느냐 아니냐가 위성정당의 기준이 된다. 민주당은 비례연합정당이 사실상 위성정당이 되기를 바랄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민회의와 진보정당들은 대등한 관계에 의한 실질적인 연합정당이 되기를 원할 것이다.

 

그러므로 시민회의와 참여 진보정당들의 주도성이 위성정당 여부를 판가름할 것이다. 병립형 회귀를 막고, 준연동형비례제를 유지시킨 과정을 돌이켜 보면 시민회의나 진보정당들이 민주당에 종속되었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앞으로 정치력에 따라 사실상 위성정당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정치력은 시민회의나 참여 진보정당들만의 것이 아니라, 전체 진보운동의 능력과 노력에 따라 그 결과가 나타날 것이다.

 

현재까지 볼 때 아쉬운 점은 민주당이 사실상 비례연합정당을 준위성정당으로 몰아가고 있고, 이에 대해 그것을 저지할 만한 진보운동의 힘이 약하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진보운동이 약진하는 데 제약이 생길 뿐만 아니라, 민주당 역시 커다란 성과를 얻기 어렵다는 점을 민주당 지도부는 깨달아야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연합정치가 완전히 무산되는 것은 아니다. 이번 총선이 윤석열 심판을 위한 선거가 되기 위한 최대한의 노력을 해야 한다.

 

이 선거를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기 위한 중요한 계기로 만들기 위해 우리가 할 일은 다음과 같다. 우선 모든 사람들이 투표에 나서야 하고, 나설 수 있도록 권유해야 한다. 역대 선거를 보면 투표율이 높을수록 수구세력이 패배했다. 다음으로 민주개혁진보연합 대 국힘당을 모든 지역구에서 1 : 1 구도로 만들어야 한다. 그에 대한 대중적 압박도 긴요하다. 그리고 공정선거감시운동, 낙선운동, 지지운동 등 가능할 수 있는 유권자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자기 자신에 대해 확신이 없을 때 연대와 연합을 기피하는 법이다. 반윤전선을 확고히 하면서 진보운동이 좀더 정치적으로 확장될 수 있는 길은 현재로서는 연합정치만이 답이 될 것이다. 또한 운동은 자기의 이상을 실현하는 것보다 현재의 모순을 제거해 나가는 것이 되어야 한다. 이제 선거법은 이번 선거에서는 결정되었다. 그것을 바탕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길은 연합정치이다. 그것만이 강력한 윤석열 심판이 되고, 진보정치의 토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