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돼지의 일장춘몽

멧돼지의 일장춘몽, 그 열둘째 이야기

주권자전국회의 2023. 4. 17. 15:15

  멧돼지의 일장춘몽, 그 열둘째 이야기 
                              - 발바닥으로 하늘 가리기
 

정해랑 주권자전국회의 공동대표

 

옛날 아주 먼 옛날 아주 아주 먼 나라에
멧돼지라 불리는 사나이가 있었더란다
이 사나이 정말로 어쩌다 임금이 되었는데
잘 하는 일이 몇 가지 있으니
폭탄주 말아 마시고 트림하기
앞에서 이 말하고 뒤에서 저 말하고
유리하면 우기고 불리하면 잡아떼기
미운 털 박힌 놈은 끝까지 물어 뜯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다는 말이 있는데
뻔한 것을 아니라고 우길 때 쓰는 말이고
아무리 감추려 해도 진실은 밝혀진다는 말이렷다
멧돼지라는 사나이 이 말을 지극히 사랑하여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자 하늘을 가리자
노래처럼 부르고 다니고 그리했건만
근데 이를 어쩌나 손바닥이 없으니
에라 할 수 없다 그럼 발바닥으로 해보자 

때는 춘사월 잔인한 달이라고들 했는데
멧돼지에게는 삼월이 정말 끔찍한 달이었더라
그토록 가고 싶던 섬나라를 임금이 되어 방문해서
폼도 잡아보고 오무라이스도 얻어 먹고
가는 곳마다 친절히 대해주는 섬나라 사람들 덕에
절로 섬나라 깃발 아래 고개를 숙였건만
섬나라 총리대신과 회담 할 때 아무 생각없이 한 말이
그 나라 언론에 나오면서 비난받기 시작했는데 

멧돼지 나라 사람들은 홀로섬이라고 부르고
섬나라 사람들은 대나무섬라고 부르는 섬이 있어
멧돼지 나라가 옛날부터 지금까지 가지고 있건만
시시때때로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섬나라
이 날도 섬나라 총리가 섬나라 것이라고 해서 
멧돼지는 반박 못하고 그냥 듣기만 했는데
그것이 그만 섬나라 언론에 나오면서
나라 팔아먹은 임금이란 소리가 자자하더라 

섬나라에 지진이 나고 원전 사고가 났는데
그때 방사능에 오염된 물이 바다에 흘러들어
거기서 나는 해산물은 수입을 금지했건만
한술 더 떠서 이제 오염수를 바다에 투기한다네
총리대신이 그 이야기를 하며 멍게를 수입하라고 해서
백성은 개 돼지 같아 시간만 끌다 보면
얼마가 걸리더라도 이해시킬 수 있다고
큰소리 친 것도 언론에 나서 난리가 났것다 

이래저래 끔찍했던 삼월은 가고
쌀나라 대국에 국빈 대접받으며 갈 사월이 왔네
얼씨구나 좋구나 지화자 좋을씨고
멧돼지 가니 손잡고 쌀나라에 가는구나
섬나라에서 있었던 일 무조건 아니라고 우기니
발바닥으로 하늘을 가린다고 누가 뭐라고 하랴
따스한 햇볕 아래 낮술 마시며 비몽사몽간에
쌀나라 가서 무엇 먹을까 꿈꾸고 있는데 

갑자기 우당탕 소리가 나더니 승지 하나 달려온다
전하 전하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그만 황송하고 빨리 아뢰렷다
네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큰일이 났사옵니다
대국 쌀나라가 이 나라 저 나라 도청을 했다 하옵니다
그거야 뭐 대국이니까 하는 건데 뭐가 문제냐
승지가 한심하다는 듯 쳐다보다가 얼른 눈을 돌리더니
그게 글쎄 우리 대전까지도 도청을 했다 하옵니다 

무엇이 어쩌고 어째 내가 하는 말을 도청했다고
이런 쳐죽일 놈들, 아니 분들이 있나
일단 화를 내기는 했지만 그래도 대국인지라
지극정성으로 모셔야 한다는 스승님 말씀도 있었고
멧돼지 역시 자기 나라보다 대국을 더 사랑하였으니
화를 가라앉히자 갑자기 겁이 덜컥 나는 거라
정말 하늘을 우러러 대국 쌀나라 욕한 일은 한 점도 없으니
멧돼지 자신이야 무슨 걱정이 있으리요 

그래서 도청한 내용이 무엇이라더냐
화도 가라앉히고 쫄았던 마음도 사라지고
다시 임금의 위용을 보이며 물었것다
스승이나 가니와 한 이야기가 안 나오나
걱정되어 물었더니 그건 없는 것 같고
도승지와 승지가 대국의 요구를 어찌해야 하나
이런 걸 이야기한 것이 도청되었다고 하더라
그 까짓것 발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면 그만인 걸 

이럭저럭 시간을 보내고 대국 가는 날이 왔는데
아무리 발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해도
섬나라에서 했던 말들이나 대국 도청 이야기나
하나도 잦아드는 게 없는 거라
정승 판서 시켜서 무조건 잡아떼라고 해도
기레기는 물론 개 돼지 백성도 안 믿어서
오랜만에  기레기들 대전 앞에 모아놓고
멧돼지가 직접 기자회견이란 걸 하려고 했것다 

대전 앞 뜰에 기레기들 모아 놓고
정승 판서 승지 호위 무사 등 뒤에 죽 서게 하고
오랜만에 일장 연설이란 걸 했는데
국익이 최우선이다 나는 그것만 생각한다
뭐 이런 야그를 두서없이 횡설수설하니
기레기들 반응이 영 썰렁하네
그래서 쌀나라가 도청은 한 겁니까 안한 겁니까
섬나라 멍게는 수입한다고 했나요 

말만 하고 들어가려는데 여기저기서 질문이 쏟아지네
그 중 한 놈이 낯이 익구나 맞다 바로 그놈이다
언젠가 아침 회견 때 소리치며 대들던 놈
그놈 때문에 출근길 회견도 없애 버렸지
의금부는 저런 놈 처리 안하고 뭐하나
엄마 아빠 형 누나 동생 사돈의 팔촌까지
디립다 뒤져 조지면 까불지 못할 텐데
근데 저 놈이 왜 여기 있지 출입기레기를 바꾸지도 않나 

멧돼지 입맛을 다신 뒤 머리를 좌우로 돌리더니
분명히 말합니다 멍게 멍자도 말 한 일 없어요
그럼 왜 섬나라 언론에서 그렇게 보도하죠
그야 내가 어떻게 알아요 거기 가서 물어 보세요
쌀나라 도청에는 어떻게 항의하실 건가요
대국에서 악의적으로 그런 일 한 적도 없어요
조사도 안하고 선의인지 악의인지 어떻게 알지요
그야말로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 아닌가요 

그 말을 듣는 순간 갑자기 하늘이 눈이 부시네
멧돼지 앞발 들어 하늘을 가리나 역부족이다
다른 발 들어서 가려도 턱없이 부족하네
뒷발 하나 들어 가리니 얼추 가려지는구나
마저 가리자는 욕심에 나머지 뒷발 하나도 들었것다
어 가려진다 가려진다 하다가 꽈당
뒤로 벌렁 나자빠진 멧돼지 
하늘은 캄캄해지고 별만 떠 있는데 

그 뒤 멧돼지는 어찌 되었을까
들것에 실려가서 뇌진탕 판정을 받았단 말도 있고
눈 감았다 떠보니 멧돼지와 임금 중 어느 게 진짜더냐
모든 것이 봄날 한바탕 꿈이었단 말도 있는데
멧돼지의 일장춘몽 그 열둘째 이야기 
옛날 아주 먼 옛날 아주 아주 먼 나라의 이야기란다
믿거나 말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