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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민주주의의 원칙을 세우자!

주권자전국회의 2023. 10. 8. 14:05

다시 민주주의의 원칙을 세우자!



  이재명 대표에 대한 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되었다.

  영장 기각 판결은 이재명 대표의 무죄가 입증된 것은 물론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검찰의 탈법적이고 자의적인 처사와 무관한 것이 아니고, 그것이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검찰의 행태는 헌법과 법률이 보장하는 검찰권을 선택적으로 남용하여 특정 정치세력과 정치검찰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행사한 범죄라고 볼 수밖에 없다.

  우리는 이제 이재명 대표 개인의 유무죄에 대한 논란, 정치세력 사이의 정치적 공방을 넘어서서 현재의 사태가 민주주의의 원칙과 어떻게 관계가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한다.

  먼저 이른바 불체포특권이라는 것에 대해 살펴보자. 언제부터인지 ‘국회의원은 현행범인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아니한다’는 헌법 제44조를 ‘불체포특권’이라고 하여 마치 국회의원들의 개인 비리를 덮어줄 수 있는 ‘특권’으로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게 되었다. 이렇게 된 데는 국회의원들 자신의 비윤리적인 행태도 적지 않게 작용을 하였지만, 이러한 왜곡을 통해 정치허무주의를 국민들에게 확산시키려는 일부 정치세력들의 저의, 그리고 비판이라는 미명 아래 이 조항 자체가 문제인 것처럼 호도한 언론에 책임이 있다. 헌법 제44조에서 규정한 국회의원의 권한은 회기 중 체포 구금되지 아니할 권리로서 입법 활동에서 행정부의 간섭 방해를 막을 수 있는 권리이지, 자신의 죄에 대한 처벌을 ‘방탄’할 수 있는 ‘특권’은 아니다.

  이 조항은, 언제든지 삼권분립을 무시하고 국회의원의 입법활동을 방해하려는 행정부로부터 국회의원을 보호하기 위한 헌법 조항이다. 이 조항은 절차적 민주주의를 앞서 정착시켜 간 나라들에서부터 입법화되었고, 우리나라에서도 제헌헌법부터 있었으며,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 조항이다. 우리는 과거 독재정권 시절에 깡패들에게 폭행을 당하고, 중앙정보부에 끌려가서 고문을 받고, 구속 등의 협박과 가족들에 대한 위협으로 시달리는, 그리하여 결국 독재정권의 뜻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었던 국회의원들을 너무나 많이 보았다. 물론 이 조항을 개인적 비리에 대한 구속을 면하려고 악용하는 국회의원, 자당 소속 국회의원의 이익을 위해 사용하는 정당도 없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조항이 사라지거나 사문화해 버리면 우리는 삼권 사이의 견제와 균형을 볼 수 없고, 독재권력에 의해 입법부가 통제당하는 꼴을 볼 수밖에 없다. 대통령제가 야당 탄압에 기울어질수록 이 조항은 더욱 필요한 것이다. 

  지금은 정권이 국회의원을 탄압하던 시절은 지났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윤석열 정권이 검찰독재라는 점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이야 물론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이 정권에 대해 비판적이고 스스로 진보적이라고 하는 사람들조차 이런 생각을 하고 행동에 옮기는 것을 보면 기가 막히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에 대해 ‘특권’을 운운하는 것은 현재 정권이 검찰독재라는 점을 인정하지 않는 것일 텐데, 현 정권을 검찰독재라고 지칭하면서도 회기중 불체포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모순적인 행태이다. 이 점에 대해서는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 자신부터 반성할 필요가 있다. 불체포 특권이라는 프레임에 밀려서 ‘불체포 특권 포기’를 선언하는 것은 웃지 못할 촌극이다. 헌법에 명시된 권한을 누구 마음대로 포기한단 말인가? 게다가 그것을 포기하는 순간 윤석열정권과 그 하수인인 정치검찰이 어떻게 나올 것인지 불에 보듯 뻔한데 정권과 언론의 프레임에 밀려서 포기 선언을 했다는 것은 정말 한심한 일이었다.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고 당당하게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라고 하는 주장이 있다. 일단 회기중 불체포될 권리에 대해 포기하는 것부터 문제이고, 그것을 통해 정치검찰과 독재권력의 의도대로 입법부 소속 국회의원이 움직이게 만드는 것부터가 문제이겠지만, 입법부의 권한을 포기하고 사법부에 일임한다는 것도 문제이다. 다행히 이번에는 이재명 대표에 대한 영장이 기각되었지만, 법과 원칙에 위배되는 판결이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는 것은 지금까지 사법부의 행태를 보면 알 수 있다. 우리 현대사에서 사법부는 때로는 민주주의의 원칙에 맞는 판결을 하였지만, 독재권력의 지시대로 수없이 많은 엉터리 판결을 했음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현재의 사법부는 그러한 과거의 오욕에서 많이 벗어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점은 인정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대통령의 대법원장 후보 지명에서 보듯 검찰독재는 도덕성과 자격 자질에서 전혀 맞지 않는 사람을 지명하여 사법부를 장악하려 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사법부를 통제하려고 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회기중 체포 구금되지 않을 권리를 명문화한 헌법 제44조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그럼에도 국회 표결에서 가결표를 던진 사람들이 정치적 목적이 있는지는 여기서 말할 필요도 없겠지만, 그것을 떠나 삼권의 균형과 상호 견제를 위해 입법부의 권한은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것 정도는 분명히 알고 행동해야 할 것이다. 특히 진보를 자처하는 정치인들이 마치 불체포 권리를 포기하는 것이 민주주의인 것처럼 생각한다는 점은 결과적으로 검찰독재의 뜻에 따라 움직이게 되는 것으로 심히 우려스러운 일이다. 

  이번 사태를 맞이해서 우리는 이른바 ‘불체포 특권’ 이전에 ‘불구속 수사의 원칙’과 ‘무죄 추정의 원칙’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모든 피의자는 불구속 수사를 하는 것이 원칙이다. 범죄에 대한 소명이 있는 가운데 도주나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는 경우에만 부득이 구속수사를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검찰은 인신구속을 피의자에 대한 압박이나 보복의 수단으로 쓰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제1야당의 대표이니 도주할 리가 없다. 그러면 증거 인멸의 우려가 구속 사유가 되는데, 물적 증거가 차고 넘친다고 검찰이 주장하니 증거 인멸의 우려도 없다. 피의자들끼리 소통을 해서 증언을 바꾸게 하는 것이 증거 인멸이고 그것이 우려된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물적 증거가 차고 넘치는 것이 아니라, 고작 관계자 증언이 증거라는 이야기가 아닌가? 2년에 걸쳐 수사한 것이 이렇다면 이것은 누가 보아도 자신들의 목적을 위한 억지 수사일 뿐이다. 또한 법원에서 확정되기 전에는 무죄 추정의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이는 헌법에 규정한 기본권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현재 검찰은 구속 수사가 당연한 것처럼 말하고, 더욱이 법무장관이란 자가 피의사실을 자기 주관까지 섞어서 국회에서 공표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러한 작태에 대해 민주주의를 위해 싸워오고, 이 사회의 진보를 위해 정치를 한다는 사람들이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동조했다는 것은 개탄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민주주의의 원칙을 다시 세우자. 그 원칙들을 가슴에 새기고,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서 함께 실천해 나가자. 이재명 대표에 대한 영장 기각은 특정 정치세력에 유리하기 때문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원칙에 비출 때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에 대한 억지 수사, 편파 수사, 인신구속 기도 등 검찰권을 남용하는 일이 우리들 누구에게나 가해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자. 지금은 민주주의 원칙을 다시 세우는 일이 절실한 때이다. 그리고 그것만이 현재의 야만적인 검찰독재를 극복하고, 나라를 위기에서 구하는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