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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격돌…'기존 질서 강화'냐 '새 질서 창출'이냐

주권자전국회의 2023. 10. 4. 14:02

미·중 격돌…'기존 질서 강화'냐 '새 질서 창출'이냐

-'국제정세 문외한' 윤석열 정부-

 

이래경 주권자전국회의 상임공동대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19일(현지시간) 유엔총회 연설과 총회 기간에 이뤄진 각종 정상외교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와 세계은행(WB) 등 국제개발은행의 개혁 문제를 공식으로 제기했다. 바이든은 "우리는 수십 년 전 창설된 국제기구들이 오늘의 도전에 대응할 수 있도록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것이 전 세계 각국과 함께 의미 있는 안보리 개혁 방향에 대해 집중적인 외교와 조율을 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기존의 패권과 서구지배를 유지하고자 현재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5개국인 안보리 상임이사국에 인도, 브라질, 독일, 일본 등을 포함시켜 소위 '가치적 동맹'(mind-likely) 그룹으로 평가되는 5∼6개국을 추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브릭스 일원인 브라질을 거론하는 것은 구색 맞추기와 일종의 달램 또는 포섭 시도로 읽힌다. 안보리 개혁 문제에 더해 "미국은 저소득 및 중소득 국가들의 필요를 충족할 수 있도록 하고자 다자개발은행의 재활성화와 개혁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이같은 바이든의 안보리와 세계은행에 대한 개혁 주장은 미국의 전략경쟁 상대인 중국과, 현재 미국과 첨예하게 대립하는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한 측면이 매우 강하다. 그런데 위에서 언급한 바이든 연설 내용은 미국이 유엔을 마치 국무부의 일개 부서로 취급해온 자신의 관행에 대한 평가와 반성이 없이 상황 변화에 대한 궁색한 대처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실제로 유엔창립 75주년을 맞이한 2019년을 전후해서 유엔사무총장 구테흐스가 유엔 시스템의 대대적인 개혁을 추진하고자 했으나 미국 측이 이를 견제하고 포기하도록 압력을 행사해 온 사실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또한 세계은행의 혁신과 관련해 남반구에 대한 달러 부채의 함정에 대한 비판이 지난 50여 년간 지속되어 왔음에도 마이동풍으로 개선하지 않고 있다가, 브릭스가 '신개발은행'(NDB)을 창설하여 개발도상국들에 매력적으로 다가가자, 이제야 비판을 수용하는 방어적 측면이 강하다. 소위 '중진국의 함정'이라는 이름으로 수십 년간 금융과 재정에 어려움을 겪는 아르헨티나의 현실이, 세계은행이 지닌 수탈적 성격과 달러 본위의 미국채무가 주는 부담의 희생양임을 생생하게 증언하고 있다.

바이든의 유엔 연설에 앞서 중국 외교부는 뉴욕에서 G77(실제론 140여 개국)과 예비모임을 가진데 이어 9월 13일 글로벌 거버넌스의 개혁과 발전에 대하여 제안했으며, 뒤이어 9월 26일에는 국무원 이름으로 '미래를 공유하는 지구촌공동체'(GCSF, Global Community of Shared Future)라는 백서를 발표하였다. 중국 분석가들은 이를 포괄적이고 장기적인 안목이 있는 문서라고 평가하면서 전 세계 거의 모든 분쟁지역에 대한 중국의 생각과 입장을 반영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국제질서의 거대한 변화를 예고하는 일대 상황이 펼쳐지는 것이다. 이에 중국 내 미디어에 비친 백서의 주요 내용을 요약하여 민들레 독자에게 소개한다.

2023년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인류운명공동체(일대일로BRI)'를 제안한 지 10주년이 되는 해이다. 이에 중국 당국은 지난 10년 동안 상기 개념을 통하여 아이디어에서 행동으로, 비전에서 현실로 성장했다고 주장하면서 국제사회가 진정한 다자주의에 따라 행동하고 유엔과 함께 국제 시스템을 수호할 것을 촉구한다.

2013년 이래, 시진핑은 세계운명공동체 이념을 제시하고, 모든 국가가 세계 평화와 공동 발전을 위해 헌신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이후 10년이 지나는 동안 국제정세는 급격한 변화를 겪으면서, 세계화 과정은 소위 '디커플링(decoupling)' '작은 마당, 높은 울타리' 등 접근 방식과 시대와 모순되는 변화에 직면해 있고, 블록 대결의 부활과 '신냉전'의 조짐은 글로벌 협력을 지속해서 방해해 왔다고 백서는 기술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검은 백조(예외적 사건)' '회색 코뿔소(예견된 거대 재앙)' 등 사건이 빈번히 발생하면서 대부분 사람이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들로 세계는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백서는 인류사회는 '생사의 선택'에 직면해 있으며, 계속되는 대립과 분열의 악순환에 빠질 것인가, 아니면 협력과 상생의 길을 모색하여 인류가 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게 할 것인가를 두고 전 세계가 해답을 찾고 있다고 주장한다.

기실 이번 개념은 2013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모스크바 국립 국제관계연구소에서 연설할 때 처음 언급했던 주제이었다. 이어 2018년에는 GCSF 개념이 중화인민공화국 헌법 전문에 포함됐다. 전문은 "중국의 혁명, 발전, 개혁의 성과는 세계 인민의 지지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중국의 미래는 세계의 미래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라고 선언하면서 국가의 기본 법률문서에 GCSF 개념이 포함된 것은 이번 개념의 중요성뿐만 아니라 중국이 글로벌 문제에서 역할을 갖는 리더십과 책임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마카오 대학의 알렉산드르 스베틀리치니(Alexandr Svetlicinii) 국제법 교수는 국무원 백서의 GCSF 제안은 기존 국제법 체제를 기반으로 하는 동시에 국제법 개혁을 위한 새로운 아이디어와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현재 세계가 다양한 거버넌스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국제 협력을 통해 새롭게 떠오르는 글로벌 문제를 해결할 것을 촉구한다. 이러한 협력은 UN헌장 제2조에 근거하여 영토 보전, 주권 평등, 내정 불간섭 원칙을 분명히명시하고 있다."

이러한 원칙에 따라 중국의 GCSF 비전은 '부상하는 강대국(중국)'의 견제를 통해 기존의 국가가 글로벌 패권을 추구(유지)하는 것을 거부하면서, 소수의 국가에서 일방적으로 규정했지만, 대부분 국가에서는 일반적 수용이 불가한 소위 서구적 '보편적 가치'를 비판한다. 대신, GCSF의 제안은 이미 UN 헌장에 포함되어 있고 1955년 반둥 회의에서 제안된 평화 공존의 5가지 원칙에서 확인된 원칙에 따라 주권국가 간의 합의 기반 협력을 촉진한다는 것이다. 현재의 국제법 준수 상태에 대한 많은 국가의 불만이 커지고 있음을 반영하여 GCSF 백서는 국제 문제에서 형평성과 정의를 위해 노력할 필요성을 강조한다.

마찬가지로 이러한 목표는 국제법에 기초한 국제질서를 보호하고, 국제법치의 권위를 옹호하며, 국제법의 평등하고 통일된 적용을 보장함으로써 달성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기존 국제무역규칙을 자주 위반하는 미국 등의 일방적인 경제제재에 지속해서 반대해 왔으나 불행하게도 임명 절차의 차단(최종심 판관 임명에 대한 미국의 거부권 행사)으로 인해 세계무역기구(WTO)의 분쟁 해결 메커니즘은 여전히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으며 안보 관련 조치로 가려진 보호주의 무역 제한으로 인해 현재 진행 중인 빈번한 무역 분쟁을 해결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따라서 중국 당국은 WTO의 원칙을 재확인하고 실질적인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문가들은 상기 문서에서 지정학적 현안을 언급하면서 우크라이나 위기, 이란과 한반도의 핵 문제, 아프가니스탄 문제, 팔레스타인-이스라엘 갈등, 시리아, 수단, 리비아 그리고 예멘 문제에 대한 최신 입장과 제안을 담고 있으며, 이러한 입장은 미국 및 일부 서방 동맹국과 다르지만 개발도상국의 입장과 훨씬 가깝고 유사하다고 확인한다.

중국 외교대학교 리하이둥 교수는 글로벌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글로벌 거버넌스는 격동, 분열, 대결이라는 거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안보, 안정, 지속 가능한 번영을 보장하려면 긍정적인 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글로벌 거버넌스를 위한 효과적이고 널리 받아들여지는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실행되도록 보장해야 한다. 이번 제안은 현 상황에서 절실하게 필요하다." 그는 서구가 지배하는 오래된 규칙과 사상은 개발도상국에 대한 불공평, 괴롭힘, 약탈에 기초하고 있으며, 이는 세계에 엄청난 위험을 가져왔고 분열과 대결을 불러일으켰다고 지적한다.

문서는 우크라이나 위기에 대해 "갈등과 전쟁으로 이득을 보는 사람은 없다. 제재를 가하거나 압력을 가하거나 불에 기름을 붓는 것은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다. 상호 존중을 유지하고 냉전 사고방식을 포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진영 기반 대결을 촉발하는 집단 활동을 중단하고 균형 잡히고 효과적이며 지속 가능한 유럽안보 아키텍처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한 데 이어, 한반도 핵위기에 대해서는 "당사자들은 현 상황에서 제재와 압박을 고집하기보다는 냉정하고 서로 자제하면서 상황을 완화하고 대화의 재개를 위한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제재와 압박은 문제를 악화시키고 긴장을 고조시킬 뿐이다."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문제에 대해서는 "평화 회담의 올바른 방향을 유지하고, 예루살렘 성지의 역사적 현상을 존중하고, 과격하고 도발적인 발언과 움직임을 자제하고, 평화 회담 개최를 촉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힌다. "더 많은 참여와 더 높은 권위, 더 큰 영향력을 갖춘 국제평화회의를 개최해 평화회담 재개를 위한 여건을 조성하고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두 국가가 평화적으로 공존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노력을 기울이자"고 제안하고 있다.

더 나아가 "심해, 극지방, 우주 공간, 사이버 공간, 디지털 기술, 인공 지능(AI)은 글로벌 거버넌스의 새로운 개척지가 되었으며, 새로운 상황, 새로운 영역,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여 평화의 원칙에 따라 개발, 포용성 및 공동 거버넌스를 보장하고 새로운 개척을 지배하는 규칙을 시대에 맞게 유지하고 개발도상국의 의견, 이익 및 열망을 완전히 반영하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하며, 개발도상국의 이해를 온전히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어 백서는 결론처럼 "오늘날의 세계는 국가들이 운명공동체라는 배를 함께 타고 있는 미래공동체로 변했다. 작은 배는 바람과 파도를 견딜 수 없고, 거대한 배만이 폭풍우가 치는 바다를 견딜 수 있다. 아무리 강력한 국가라도 혼자서 세계를 지배할 수는 없기에 반드시 글로벌 협력을 해야 한다" 면서 "현재의 지구촌은 통합된 세상이다. 이러한 사실에서 등을 돌리는 자는 설 자리가 없다"고 기술하고 있다.

이번 유엔총회에서는 이처럼 중국 당국이 공식 발표한 '미래 공유 지구공동체'(GCSF)라는 백서가 바이든의 구상과 맞부딪히면서 바야흐로 세계사의 지평이 새로이 전개되는 중대한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대통령은 유엔에서 개념 없는 연설로 러시아 외교 실무자로부터 경고성 훈계까지 받았다. 윤 대통령과 측근들은 현재 진행되는 국제적 흐름에 '문외한'임을 드러내고 있다. 실로 대한민국의 위기이다!

출처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https://www.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