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랑 공동대표, <멧돼지의 일장춘몽> 발간
정해랑 주권자전국회의 공동대표가 시집 <멧돼지의 일장춘몽>을 발간했습니다.
<멧돼지의 일장춘몽>은 2017년 발간된 <공주와 도둑들>에 이어 두번째로 발간된 풍자시집입니다.
<멧돼지의 일장춘몽>은 오는 10월 27일 북콘서트에서 첫 선을 보이며 정해랑 대표의 감칠맛나는 사회풍자가 진하게 녹아있습니다.
<멧돼지의 일장춘몽>은 2022년 6월 2일 첫선을 보였으며, 주권자전국회의 웹진을 통해 지금까지 13편이 발표되었습니다.
많은 분들의 관심과 참석 부탁드립니다.
<멧돼지의 일장춘몽> 북콘서트
때: 2023년 10월 27일 금요일 오후 7시
곳: 공간 하제(서울 중구 필동로1길 106 지하 1층)
입장료: 3만원(시집 1권 포함)
출연진: 이지상, 최용석, 한선희
주최/주관: 주권자전국회의, 경희총민주동문회, 해토
2022년 6월 2일 발표된 멧돼지의 일장춘몽 첫번째 이야기인 '귀곡성과 괴보성'을 소개합니다.
멧돼지의 일장춘몽
- 귀곡성(鬼哭聲)과 괴보성(怪步聲)
옛날 아주 먼 옛날 아주 아주 먼 나라에
멧돼지라 불리는 사나이가 있었더란다
몸집이 멧돼지 같아서 그렇게 불리기도 했다지만
멧돼지처럼 한번 돌진하면 후퇴를 모르고
뭐든지 집어먹으려 하는 욕심이 과해서
그리 불렸다고도 하는데
그 사나이 그리 불리는지 아는지 모르는지
그거야 뭐 믿거나 말거나이고
암튼 이 사나이 하는 일이
낮에는 낮술 마시고 밤에는 밤술 마시고
낮이나 밤이나 술술 마시면서
사람 잡는 의금부 칼잡이 노릇을 했다던데
죄 많은 놈 잡지 않고 풀어 주고
죄 적은 놈 탈탈 털어 잡아 넣고
죄 없는 놈 만들어서 잡아 조지고
이리저리 칼을 휘둘러 늦은 등과에도 그럭저럭 했는데
별생각 없이 공주에게 게기다가
정확히는 공주 똘마니들한테 게겼겠지
암튼 의금부에서 이리저리 굴러다니다가
공주가 촛불 든 개돼지 백성들한테 쫓겨나자
게긴 경력이 뭔가 있어 보이는 듯하더니
갑자기 공주를 조사하는 자리에 앉고
벼락출세를 하여 의금부 대장까지 되었것다
이런 걸 새옹지마라고 했다던가
이 사나이 내친김에 새로운 임금한테도 게겼다는데
의금부 권한이 너무 커서 줄이려고 해서 그랬다지
사람보다 의금부에 충성하는 게 이 사나이 신조였다는 거라
공주파 잔당들 쥐새끼파 잔당들이 있어
쫄딱 망하는 줄 알았다가 이게 웬 떡이냐 살 길이 열렸네
이 사나이 찾아가서 새 임금이 되어달라 간청을 하는데
껄떡지근 하기도 하지만 그럴 때 나서기 좋아하는 멧돼지
마침내 별을 보는 순간을 가진 거라
임금은 하늘이 내리는 법이지만 보이지 않는 노력도 있으니
그 뒤에서 열심히 내조한 눈물겨운 여인네가 있었더라
사람들은 그이를 가니라고 불렀다는데
하도 간을 잘 봐서 간이 가니가 됐다고도 하고
딴 데로 잘 가서 어디 가니 했다가 가니가 됐다고도 하고
수도 없이 갈아치워서 또 가니 해서 가니가 됐다고도 하는데
이 여인네 역시 자기가 그리 불리는지 아는지 모르는지
그거야 뭐 믿거나 말거나이고
늦은 나이에 한쌍의 부부가 된 멧돼지와 가니
겉으로는 안 맞는 것 같은데 하나 딱 천생연분인 것이 있었으니
두 사람 다 도력에 대한 무궁무진한 신뢰가 있었다는데
이 여인네 내공이 웬만한 고승 무당 저리 가라 하고
멧돼지라 불리는 사나이도 과거 공부 시절
하도 낙방만 하여 포기하려다 법사 말 듣고 늦게라도 된 경험이 있어
도술이라면 철석같이 믿는 데가 있었더란다
도력으로 굳게 뭉친 사나이와 여인네 큰일을 이루었으니
임금이 되자마자 가니가 멧돼지에게 한다는 말이
오빠 어떤 인간이 나더러 평강공주래ㅋㅋ
그럼 오빤 뭐야 바보 온달 호호호
가니가 한참동안 자지러지게 웃더니 하는 말이
오빠는 지금까지처럼 내 말만 들어야 돼
제일 먼저 할 일은 임기가 시작돼도 궁궐에는 들어가지 마
거긴 악한 기운이 가득 차 있어서
살아서 나올 수가 없는 곳이야 명심해야 돼
귀신 때문에 궁에 못 들어간다고 하니
멧돼지 체면에 쪽팔려서 어떻게 하나
그러자 가니가 하는 말이 누가 무섭다고 광고하고 다니냐
백성이 주인이라고 하는 세상이니 거기 맞게 하면 된다
궁궐을 백성에게 돌려준다고 하고 문을 활짝 열어라
그렇지 백성이 주인이라고 육법전서에도 나와 있더라
그래도 법 공부 좀 했다고 멧돼지가 한번 아는 체를 해보는데
가니 표정이 별로 좋지 않더라
이런 멍충이 맨날 가르쳐 줘도 모르냐
백성이 주인인 게 아니라
백성이 주인인 것처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암튼 난 귀신 소리 나는 궁궐에는 못 가니 그리 알아
선언하고 싸늘하게 돌아서는 가니
그 표정이 무섭기도 하지만
희한한 건 멧돼지에게도 그 소리가 들리는 거라
식당 개 삼년이면 라면을 끓인다더니 멧돼지도 가니 따라 내공이 늘었나
그리하여 가니가 짰는지 그 뒤의 무슨 스승인가가 짰는지는 몰라도
아무튼 멧돼지가 일할 편전과 가니와 함께 있을 침전이 다 정해졌는데
멧돼지라 불리는 이 사나이가 할 일은 그저 밀어붙이는 일
도성 바로 밖에 미르뫼라는 곳이 있어
예부터 거기 터를 잡으면 미르 같은 사람이 나타난다고 했다던가
미르뫼에 병조가 있으니 방 빼라고 하고 거기 들어가고
그 옆에 바로 대국 쌀나라 군대가 있으니
거기 찰싹 붙어 있어도 좋다는 가니의 말씀
이리하여 듣도 보도 못한 일이 벌어졌것다
임금에 당선되자마자 여기저기 방 빼라고 하고
병조를 옮겨야 하니 안보가 불안하고
괜한 건물들 이리저리 뜯어 고치니 돈도 엄청나게 들고
백성에게 궁궐을 돌려준다고 말은 하지만
누구와 이야기도 하지 않으니
이런 불통이 어디에 또 있다더냐
하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가 기다리고 있었으니...
때는 바야흐로 한여름 같은 늦봄이라
편전에 앉아서 이 상소문 저 상소문 보고 있던 멧돼지
간밤에 마신 술이 아직 덜 깼는데 점심 때 반주로 낮술까지 했것다
이 글자가 저 글자 같고 희고 검은 것만 구별되다 말다 하는데
어디선가 들려오는 귀신이 곡하는 소리
궁궐에 귀신이 있다더니 여기까지 들리나
놀라서 내시를 불러 물으니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개 돼지들이 편전 앞에 와서 떠드는 소린 줄 아뢰오
돼지라는 소리에 잠이 확 달아난 멧돼지
돼지나 멧돼지나 동족이 아니던가
아니지 나는 어디까지나 돼지가 아니라 멧돼지임을 잊지 말자
이 또한 가니의 엄명이니 다짐하고 다짐하는데
이번에는 또 가니가 개를 안고 들어왔것다
어서 와요 가니 호호 오빠 또 낮술 했구나
스스럼 없이 편전 용상에 앉는 가니
멧돼지는 입맛만 쩍쩍 다셨는데
이거 한 장 찍어서 내 팬들에게 돌려라
가니의 엄명에 내시가 바들바들 떨며 한 장 찍었것다
카메라가 흔들렸잖아 다시 찍어라
또 다시 또 다시 찍어도 흔들리는 카메라
무언가 멀리서부터 들리는 쿵쿵쿵... 괴물이 걷는 듯한 소리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개 돼지들 말이
이곳 미르뫼에 쌀나라 군대가 기름을 많이 뿌리고 안 치워서
그만 괴물이 생겼다고 하옵니다만
아 그 바람에 소스라쳐 놀라서 이리 뛰고 저리 뛰다가
의자에서 굴러떨어져 낮잠에서 깨어났것다
몽롱한 기분에 임금이 진짜인지 멧돼지가 진짜인지
도무지 낮술 때문에 알 수가 없구나
새옹지마가 모두 일장춘몽이로세...
아주 먼 옛날 아주 아주 먼 나라의 이야기란다
믿거나 말거나...
다음은 <백자tv>에 출연한 정해랑 대표의 시낭송 영상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usmJA156Fm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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