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묻은 투표 한 장
그대 받아든 투표 용지 한 장이
200년 전 바다 건너 먼 나라에서
청년노동자가 그렇게 받고 싶어하던
목숨을 바쳐서라도 온몸을 던져서라도
끝끝내 받고야 말리라 다짐하던
바로 그것이었던 것을 그대는 아는가
여덟 살에 공장에 팔려가
햇빛도 못 보고 하루 18시간 일하고
그러고도 영양실조에 허덕이던 나날
투표로 바꿀 수 있다는 실낱같은 희망에
총탄을 맞으며 피를 흘리면서도 갖고 싶어 하던
바로 그것이라는 것을 그대는 아는가
그대 건네받은 투표 용지 한 장이
60여 년 전 사월의 어느 날
이 땅의 수많은 젊은이들이
노욕에 쩐 이들의 총을 맞으며
자기 목숨과 바꾸어서 지켜낸
바로 그것이라는 걸 그대 기억하는가
깡패들이 휘두르는 쇠몽둥이에 맞아 피흘리고
마침내 최루탄이 눈에 박힌 채 주검이 되어 떠오른
아아 그 날 저 바다도 시꺼멓게 물들어 버린 그 날
더 이상 언니 오빠 형 누나의 죽음을 두고 볼 수 없다고
투표권도 없던 중고생까지 총탄 앞에 몸을 내던지며
그대에게 건넨 바로 그것이라는 걸 그대는 기억하는가
피 묻은 투표용지를 받아들고
시대를 넘어 지역을 넘어 세대를 넘어
국경을 넘어 인종과 종교를 넘어
수많은 이들의 피흘림에 경의를 표하라
그리고 그들의 간절한 소망이
그대의 두 손에 남아 있음을 기억하라
그놈이 그놈이라는 생각 때문에
망설이고 주저하지 말라
투표날만 주인이고 지나고 나면 노예가 된다 할지라도
그대 더 이상 외면하지 말라
그대가 망설이고 주저하기를 바라는 자들
그대가 외면하기를 기다리는 자들이 있음을 잊지 말라
그 옛날 이 한 장을 간절히 소망한 이들
오래 전 이 한 장이 바르게 쓰이기를 소원한 이들
그들의 뜻이 오늘에 이루어지기를 위해
우리 모두의 바람을 향해 가기 위해
그 모든 껍데기를 몰아내고
투표날이 아닌 날에도 진정한 주인이 되기 위해
투표하라!
투표하라!
투표하라!
지금 이 순간 그대가 해야 할 일은 바로 이것이리니
피묻은 투표 한 장을 소중히 받아들라!
피 묻은 용지 위에 민주주의의 피가 묻은 도장을 찍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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