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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체투지

주권자전국회의 2024. 6. 3. 11:45

오체투지 

아들아 땡볕 아래 너를 만나러 간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아스팔트에
다섯 몸뚱이를 던져 너를 만나러 간다 

너를 보려고 해를 보고 구름도 보고
달도 보고 별도 보았지만
아무래도 너는 땅속 깊은 곳에 있을 것 같구나 

착하디 착한 네가 갈 곳은 하늘일 거라고
모두를 위해 온몸을 던진 네가 갈 곳은
천국이든 극락이든 좋은 곳일 거라고 

수도 없이 되뇌이고 믿고 믿었지만
아빠 하며 달려오는 너를 꿈속에서 안아보아도
깨고 나면 보이지 않았다 하늘 어디에도 없었다 

얼마나 분노했을까 얼마나 원통했을까
그 한을 품고 그 원을 가슴에 담고
어찌 하늘에 있겠는가 이제 애비는 알겠다 

사랑하는 아들아 그래서 애비는 몸을 던진다
몸뚱이가 다섯 조각이 되어 산산이 흩어지더라도
저 땅속 깊숙이 있을 너를 만나러 몸을 던진다 

술을 아무리 마셔도 취하지 않는 밤이 오면
아주 가끔씩 너를 원망할 때도 있었다 
중간에만 서면 될 것을 왜 애비를 아프게 하냐고 

하지만 비바람 맞으며 거리에서 수도 없이 싸우며
이 애비도 중간에는 못 서는 것을 알았다
그래 아들아 너는 내 아들이다 자랑스런 아들이다 

한때는 너를 따라갈까 생각도 했었다
너를 그렇게 만든 자들에 대한 복수도 생각했다
하지만 다 잊었다 애비의 소원은 오직 하나다 

땅속 깊은 곳에 있는 너를 만나서
하늘 끝 저 밝은 곳으로 너를 가게 하는 일이다
네가 간 길을 누구나 우러르게 하는 일이다 

너를 만나러 가는 길은 우울한 설렘의 길이다
다시는 네가 돌아오지 못할 거라고 넋을 잃었다가
하늘 저 편에서  빛날 너를 생각하면 내 가슴은 마구 뛴다 

사랑하는 아들아 애비의 마지막 소원이
너를 빛나게 할 애절한 소원이 이루어진 뒤
하늘 어딘가에서 다시 만나자 나의 아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