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에 가서 ‘이란이 아랍에미리트의 적’이라고 망언을 함으로써 또다시 외교 참사를 불러일으켰다. 해외만 나가면 사고를 쳐서 국격을 떨어뜨리고 있는데, 예외 없이 그러니까 으레 그런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번 망언은 지난 번 ‘바이든 날리면’ 망언보다 훨씬 더 그의 정체성을 그야말로 민낯으로 드러내 준 것이라서, 우리가 한번 되새겨 보고, 그가 어떤 인간인지를 확실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번 망언을 통해 드러난 그의 민낯은 한마디로 무식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를 비서로 두고 있지 않은 이 땅의 갑남을녀들도 아랍에미리트와 이란이 인접한 국가로서 갈등은 얼마간 있었지만 적대관계가 전혀 아니라는 것은 대체로 알고 있다. 남의 나라에 가서 사전지식도 없이 적을 만들어 주는 무식함에 우리는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자기가 모르면 보좌진들의 말이라도 들어야 하는데 말을 안 듣는 것인지, 아니면 보좌진이 말을 하지 않는 것인지, 그도 아니면 보좌진이란 자들도 똑같이 무식한 것인지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황당한 것은 국회의원을 몇 번씩이나 했다는 여당 중진이란 자들이 그 말을 두호하고 나서는 것은 정말 가관이라 아니할 수가 없다.
다음으로 그는 무식한 것만이 아니라, 흑백논리식 사고에 빠져 있다, 우리 편 아니면 적이라는 생각에 익숙한 자이다. 정말 한 나라의 지도자가 되기에는 위험한 사고를 지닌 인물이다. 오랜 세월 자기편 아니면 범죄자라는 도식 속에 살아온 것 때문에 그러한지 아와 적이라는 흑백논리식 사고를 지니고 있음이 이번에도 드러났다. 그러한 사고는 이어서 ‘북한이 우리의 적’이라는 1980년대식 사고까지 보여주었다. 남과 북은 1992년 2월 열린 남북고위급회담을 통해 남북기본합의서에 합의하였는데, 거기서 쌍방 사이의 관계를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라는 것을 인정하기로 하였다. 지금 관계가 잘 안 풀린다고 해서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 있는 상대를 적으로 돌리는 발언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것은 정말 한 나라의 지도자로서는 있을 수 없는 망발이다.
그는 무식하고, 흑백논리를 가졌을 뿐 아니라, 뿌리 깊은 종미적 사고를 가진 자이다. 미국의 적이면 나에게도 적, 미국과 친하면 나와도 친하다는 식의 사고이다. 이란이 1979년 이슬람혁명으로 새로운 체제를 수립한 뒤 미국과 적대적인 관계가 되었다. 박정희 정권 말기와 전두환 정권 때는 한국도 별 수 없이 이란과 안 좋은 사이였으나, 그 뒤 경제적 이해관계 때문에 좋은 사이로 바뀌어 갔다. 최근처럼 안 좋은 관계가 된 것은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서 이란 핵합의도 무위로 돌리고, 이란 제재를 본격화하는 데 한국도 휘말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과 이란은 그 관계를 언제든지 회복할 수 있고, 회복해야 할 관계이다. 그런데 무식하면서 흑백논리로만 사고하는 자가 미국과 적대관계이니 우리도 그럴 것이라는 생각으로 3-40년 전 학생 시절에나 가졌음 직한, 미국에 도전하는 이슬람은 적이라는 식의 생각을 지금도 견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종미적 사고로 21세기 대한민국의 평화와 번영에 장애물이 될 사고이다.
그가 아랍에미리트에서 원전 개발 수주를 얻었다고 하면서 이명박 정부 시절 있었다는 ‘한국-아랍에미리트 비밀군사협약’이 다시 이슈로 떠올랐다. 이것은 국회의 승인 없이 비밀군사협약을 맺은 것으로 헌법 위반 사항이다. 그런데다가 우리를 남의 전쟁에 끌어들일 수 있는 위험천만한 만행이다. 이것을 선물로 주고 원전 개발 수주를 얻었다면, 그것은 몇 푼 돈을 위해 우리 공동체의 안위를 해치는 결과가 될 것이다. 이 점에 관해서는 미 당국의 해명도 필요하다. 미국은 한국군 전시작전권을 여전히 갖고 있는데 한국 정부의 비밀군사협약을 몰랐을 리가 없다. 또 다시 우리 민족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전쟁터에 용병으로 쓰겠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마당에 비밀군사협약 체결 당시 대통령이었던 이명박을 아랍에미리트 특사로 파견한다는 설이 있다. 윤석열이 이명박에게 전화를 해서 ‘역할을 해달라’고 했다고 한다. 사실 그가 지금 하는 짓은 이명박을 빼닮았다. 이명박도 흑백논리에 종미, 친일 사고를 지닌 인물이었다. 한동안 그의 기업가 경력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그를 실용적인 사고를 가진 자로 오해했었다. 하지만 전혀 아니었다. 게다가 그의 탐욕스러움 때문에 이른바 자원외교라는 것으로 무려 8조 원의 혈세를 날렸다. 이런 자에게 무슨 역할을 맡기겠다는 것인지 의아할 따름이다.
이번 망언을 통해 윤석열과 이명박의 관계가 다시 회자되고 있다. 윤석열은 BBK 특검에 파견 나가서 무죄 논리를 만들었고, 그것 때문에 승승장구하여 오늘날의 토대를 만들었다. 그런 그가 문재인 정부 당시 중앙지검장이 되면서 이명박을 잡아넣고 20년 형을 구형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였다. 그리고는 대통령이 되어 사면을 해주더니 이제는 외교 역할까지 맡기려고 한다. 한마디로 말해서 달면 삼키고 쓰면 뱉고, 다시 달아서 삼키고, 이제 언제 뱉을지 모른다. 한마디로 말해서 믿을 수 없는 정체성을 지녔다.
무식하면서 흑백논리적 사고를 가졌고, 종미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자, 그러면서도 믿을 수 없는 자가 대한민국 정부를 책임지고 있으니 정말 통탄할 노릇이다. 이런 자가 출세하여 최고위직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을 자라나는 세대에게 어떻게 이해시킬 수 있을까? 이제 우리 모두는 그의 정체성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대중적 공유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것만이 이 나라가, 이 사회가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