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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나기

주권자전국회의 2023. 1. 30. 15:46

정해랑 주권자전국회의 공동대표

 

겨울을 나 본 사람이라면 안다
추위에 떨어본 이라면 안다 

웅크리고 떨기만 했어도
한없이 움츠리기만 했어도 

이 겨울은 반드시 가고
봄이 오리라는 것을 안다 

겨울이 가고 봄이 와도
언젠가 다시 겨울이 온다는 것도 알지만 

저마다 봄이 오기만 기다리는 이들은 모른다
매서운 추위에 시달렸어도 알지 못한다 

그 겨울이 우리를 어떻게 바꾸는지를
우리가 그 겨울을 어떻게 만드는지를 

숨죽이며 추위를 견디기만 한 이들은 모른다
하루 하루 날이 가기만 바라던 이들은 모른다 

겨울을 나면서 우리가 얼마나 굳세졌는지
얼마나 슬기로운 이들이 되었는지 

겨울을 겪으며 얼마 만큼 가까워졌는지
서로 서로가 하나로 되어갔는지 

그것은 겨울과 맞서본 사람만이 안다
추위와 싸워본 이들만이 안다 

된바람이 흩어놓을 수 없을 만큼
굳세고 슬기로운 하나가 되어 

마침내 겨울을 이길 수 있다는 것은
함께 겨울과 맞서 싸운 이들만이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