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 O. 크루거(Anne O. Krueger), 전직 세계은행 수석경제학자이자 국제통화기금(IMF) 부총재를 역임한 후 현재 존스-홉킨스 대학교 국제경제학 선임연구교수이자 스탠포드 대학교의 국제개발센터 선임연구원으로 재직 중
출처: 프로젝트-신디케이트, 2022년 12월 22일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70년 동안 상호 자멸적인 무역장벽을 제거하여 국제무역을 촉진하려는 지속적인 노력으로 세계경제의 성장이 뒷받침되었습니다. 그러나 슬프게도 미국은 트럼프 하에서 이러한 공동번영의 원천을 해체하기 시작했고, 이제 바이든 하에서 잘못된 과정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워싱턴 DC – 세계는 COVID-19 대유행,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높은 인플레이션, 경기침체 우려, 신흥시장과 개발 도상국에서 증가하는 부채문제 등으로 구성된 거대 위기에 휘말려 있습니다. 추가로 경제적 피해를 가져오는 사항이 있습니다. 그것은 또 다른 파괴적인 무역전쟁의 형태로 우리에게 다가 옵니다.
무역 전쟁은 관련 국가들이 더 높은 무역장벽을 세워 보복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막대한 피해를 입힙니다. 이러한 악순환은 1930년대 대공황을 크게 장기화시켰다는 비난을 받았고, 그래서 미국은 1945년 이후 새로운 세계무역 체제를 개발하는데 앞장섰고,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세계경제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70년 동안 글로벌 상거래는 분쟁의 공정한 판결을 보장하는 세계무역기구(WTO)가 계승한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General Agreement on Tariffs and Trade)이라는 국제기구와 함께 법의 지배에 의해 뒷받침되었습니다.
그러나 2017년부터 트럼프 행정부는 WTO에 대한 미국의 지원을 사실상 철회하고 중국과 무역 전쟁을 시작했습니다. 수입품에 대한 차별적 관세를 부과하는 것 외에도 철강 및 알루미늄과 같은 품목에 대해 보다 많은 세금을 부과하면서 의심스러운 “국가안보”의 우려를 구실로 인용했습니다. 대부분의 무역 변호사들은 이러한 조치가 WTO 규정에 따라 불법이라고 믿었지만, 미국의 무역 상대국들은 차기(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의 보호주의 정책을 철회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무역보복을 잠시 보류했습니다.
불행하게도 바이든 미국 대통령 행정부는 트럼프의 무역 조치를 철회하지도 않았고 분쟁 해결 메커니즘으로 매우 중요한 WTO 기능을 복원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리고 비난만을 할 수 없지만, 미국 인플레이션 감소법(IRA)과 CHIPS 및 과학법은 주요 무역 파트너와 동맹국에 막대한 피해를 입힐 것이며 이들은 거의 확실하게 보복을 감행할 것입니다. 그러면 미국은 중국뿐만 아니라 그간의 동맹국들과도 무역전쟁을 벌이게 될 것이며 전 세계는 국제무역 시스템의 붕괴라는 또 다른 큰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IRA와 CHIPS법은 공개적으로 보호주의적이고 차별적이며, 미국이 그 동안 지속적인 노력으로 형성된 다자간 관세인하 협상의 합의를 위반합니다. 예를 들어, IRA는 미국산 전기 자동차 구매자에게 7,500달러의 보조금을 제공합니다. 단, 전기 자동차는 모두 미국산이고 대부분 미국산 부품으로 구성되어야 합니다(그리고 이러한 구성 요소에는 EV 비용의 40%를 차지하는 배터리가 포함되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CHIPS 법은 미국의 민간기업들이 건설한 “팹”(칩 제조공장)에 대한 투자자금으로 520억 달러를 할당합니다.
유럽연합(EU), 영국, 일본, 한국의 외제차(배터리 등 자동차 부품 포함)에 대해 강력히 차별하는 전기차 보조금이 정당한 것인지 의문입니다. 또한 “좋은 일자리 창출”과 내연기관의 종식을 가속화하려는 의도된 목적을 달성할 가능성도 별로 없습니다.
CHIPS 법으로 후원기업들이 원하는 결과를 얻을 가능성이 훨씬 적습니다. 이미 반도체 공급과잉이 목전에 다가오고 있으며, 이로 인해 일부 주요 생산업체(미국 및 해외 모두)는 보조금을 받는 경우에만 새로운 생산시설을 건설하려는 계획을 이행하겠다고 선언하고 있습니다.
외국 정치 지도자들의 입장에서 볼 때 자동차 산업은 미국의 부당한 관행에 대해 방관하고 방기하기에는 경제적으로 너무 중요합니다. 그들은 단순히 미국 보조금의 결과로 자체 자동차 조립 공장이 시장 점유율을 잃는 것을 허용할 수는 없습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최근 백악관 국빈 방문에서 바이든에게 분명히 밝혔듯이 미국의 일방적인 보호주의는 매우 광범위한 무역 전쟁을 촉발할 위험이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다른 정부들도 최근 미국의 움직임에 대응하여 자국내의 칩 생산에 보조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정치적 압력을 받고 있으며, 몇몇 외국 제조업체들은 불공정 경쟁을 피하기 위해 미국에 공장을 건설할 계획을 발표 하고 있습니다.
IRA 및 CHIPS 법안이 계획대로 1월 1일에 발효되면 미국의 동맹국은 매우 확실하게 보복할 것이고 이는 또 다시 미국의 반격을 불러일으킬 것입니다. 이러한 악순환은 자동차와 반도체에 국한되지 않고 주요 산업에 대한 맞대응의 확산으로 점점 더 많은 수출 카테고리에 영향을 미쳐 경제적 피해의 규모를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미 유럽연합이 지역의 산업에 유리한 차별을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 했습니다.
본격적인 무역전쟁의 발발을 막기 위해 세계 주요 무역강국들은 신속하게 행동해야 합니다. 칩 문제는 WTO에 제소하고 미국은 보조금이 불법이라는 이의 판결을 따라야 합니다. 칩 생산자는 기계 및 칩에 대한 수출 규칙과 집행 메커니즘을 지정하는 협정에 공동으로 동의할 수 있습니다. 미국은 교육과 훈련에 절실히 필요한 추가 투자를 대체할 수 있으며, 이는 국내 생산자가 현재 고려 중인 물리적 투자의 일부를 보다 쉽게 잘 훈련된 근로자를 고용할 수 있도록 합니다.
건설 중인 신규 시설들은 이미 생산 중인 칩을 위한 것이며, 특히 칩 수요가 감소한 시장의 조건에서, 새로운 팹에 대한 투자 대신, 반도체의 수요가 격감하는 상황으로 인하여 존 칩의 재고를 누적시킬 위험이 있습니다. 반도체 칩을 만드는 타국의 생산 설비 기술과 칩 자체에 구현된 모든 노하우가 어떤 경우에도 미국에서 뿌리를 내릴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이러한 조치는 현재 추진하고 있는 보조금보다 미국의 (전략적) 목표에 가까운 결과를 거의 확실하게 달성할 것입니다(역자: 중국 산업의 발전을 저지시키는 것을 의미하는 듯).
전기차와 배터리 역시 국내외 생산자들이 공정한 경쟁의 장에서 경쟁해야 합니다. 자동차 수출국들은 신규 전기자동차의 모든 구매자에게 미국인과 동일한 금액을 보조금으로 지급할 수 있어야 합니다. Biden 행정부는 수입을 포함한 모든 (타국산) EV 구매에도 보조금을 제공하도록 법 개정을 모색해야 하며, 또한 배터리에 대한 미국 국내산 자원만을 사용하라는 요구사항도 수정해야 합니다.
칩 산업과 마찬가지로 이렇듯 모든 분야에서 공정한 조치는 세계경제에 훨씬 나은 결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자국의 보호주의는 경제운용의 성과를 낮출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