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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가 망하지 않게 하려면 노조법 2, 3조를 개정하자!

주권자전국회의 2022. 12. 26. 10:31

출처: 노동과 세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 2조, 3조를 개정할 것을 요구하는 노동자, 시민의 투쟁이 처절하게 벌어지고 있다. 국회 앞 농성장에서는 엄동설한의 날씨에 단식농성을 하는 이들이 있고, 릴레이 단식농성, 한끼 단식으로 지원하는 사람들이 눈물겹도록 사력을 다해 싸우고 있다.

  이와 같은 투쟁의 열기와 달리 왠지 여론은 관심이 별로 없는 듯하다. 언론들도 크게 다루지 않고 있다. 법 개정 절차의 책임을 지고 있는 정치권 역시 그렇다. 지금 이 사안이 우리 나라가 희망이 있는 사회로 가느냐, 아니면 몰락의 길로 가느냐를 가름한다는 점을 깨닫지 못하기 때문이다.

  노조법 2, 3조가 얼마나 일방적인지, 그리고 잔인한 것인지는 올해 있었던 여러 노동쟁의 속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지난 6월과 11월, 12월에 있었던 화물연대파업에 대해 윤석열 정권은 ‘업무개시명령’이라는 강제노동명령을 하고는, 공정거래위원회를 동원해서 파업이 끝난 뒤까지 공정거래 위반이라고 조사하겠다고 한다. 화물연대 노동자들이 노동자라는 것인가, 아니면 개인사업자라는 것인가? 자기 편할 대로 이렇게 해석했다가 저렇게 해석했다가 하는 만행은 멈춰야 한다. 

  사회경제구조가 바뀌어 가면서 이와 같은 위치의 특수고용노동자가 엄청나게 늘어났다. 보험모집인, 골프장 캐디, 레미콘 차량 운전사, 방송 구성작가, 퀵서비스 배달원, 학습지 방문교사, 학원 강사 등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웃이거나 우리 자신이다. 화물차주인 화물차 기사들도 마찬가지이다. 이들은 사업주와 계약을 맺고 일하지만 그 형식이 도급계약, 위임계약 등이어서 법적인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해 일체의 노동법적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 이들을 노동자로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노조 결성의 자유를 주어야 한다. 이것이 노조법 2조를 시급히 개정해서 노동자의 정의를 폭넓게 인정해야 할 이유이다.  

  대우조선하청노동자파업에서 보았지만 노조의 상대로 나서는 하청업자들은 실질적인 교섭의 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 결국 원청이 나서야 하는데 대부분 재벌 대기업인 원청은 항상 뒤로 빠져서 하청 사업자에게만 책임을 지우게 하고 있다. 우리는 이와 같은 사례를 지난 수십 년 동안 수도 없이 보아왔다. 원청이 나서야 한다. 그래야 실질적인 교섭이 되고, 신속하게 합의가 이루어져서 우리 사회 경제의 안정도 찾을 수 있다. 이것 역시 노조법 2조를 개정해서 진짜 사용자가 책임지게 해야 할 시급하고도 중요한 이유이다.

  또한 이 파업에서 사측은 노동자들에게 47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액수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시급이 1만 원 남짓인 하청 노동자들의 임금 약 1900년 치에 해당하는 거액을 노동자들에게 받을 수 있으리라고는 사용자들도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무엇 때문에 이런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일까? 한마디로 돈으로 기를 죽여서 파업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손해배상 청구에 이러한 저의가 있다는 것은 삼성그룹 노사전략문건, 유성기업의 노조파괴 시나리오 문건 등에서 밝혀졌다. 

  현행 노조법 2조는 ‘쟁의행위’에 대해 “파업·태업·직장폐쇄 기타 노동관계 당사자가 그 주장을 관철할 목적으로 행하는 행위와 이에 대항하는 행위로서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행위”라고 정의한다. 즉 쟁의행위는 원래 사업주에게 손해를 끼칠 수 있는 행위다. 그래야만 노사가 대등한 관계로서 교섭을 할 수 있다. 그것을 민법의 차원에서 손해배상을 할 수 있게 한다면 노사관계라는 것은 존재할 수 없고, 노동자들은 입도 뻥끗하지 못하는 노예 신세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노조법 3조를 개정해서 ‘손해배상청구’에 엄격한 제한을 가해야 한다. 쟁의행위 중 폭력 등의 파괴 행위가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손해배상청구를 금지시켜야 한다.

  눈앞의 이익만 생각하는 자본가와 이들에 세뇌당한 사람들은 쟁의행위가 나라의 경제를 망친다고 생각한다. 천만의 말씀이다. 이러한 쟁의행위가 없을 때 탐욕스러운 자본가들에 의해 노동자들은 생존권을 유지할 수가 없고, 그러한 상태에서 나라의 경제는 안정적일 수가 없다. 벌써 대우조선하청노동자파업 이후 조선 경기가 호황으로 들어설 조짐이 보이지만 조선소로 가려고 하는 노동자가 없다고 한다. 안전운임제 제도화와 품목 확대가 없다면 더 이상 노동자들은 화물기사가 되지 않으려 할 것이다. 그러한 살인적인 노동조건에서 누가 일하려고 할 것인가? 결국 노동자나 화물기사가 부족해서 생산과 물류에 치명적인 결과가 생길 것이다. 

  지금까지 노동자들은 참을 만큼 참고 살아왔다. 경제가 발전해서 선진국이니 어쩌니 하면서 탐욕스러운 일부 소수 계층과 그들의 하수인이 되어 일하고 있는 자들에게만 살 만한 사회이고, 노동자들을 한없이 쥐어짜는 이런 사회에서 젊은이들은 더 이상 노동을 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럴 때 이들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릴 것인가? 아니면 자본가의 이익이 훼손되었다고 ‘손해배상청구’를 할 것인가? 젊은 세대는 벌써 ‘출산 기피’라는 것으로 이러한 상황에 경고를 보내고 있다. 젊은 세대, 자라나는 어린 세대에게 이런 말도 안 되는 노동법, 그것으로 인한 잔인하고 고통스러운 노동환경을 넘겨 주어서는 안 된다. 

  영국에서 처음 만들어진 노동법은 이 사회가 자본주의 사회이고, 자본주의 사회의 대다수는 노동자이고, 자본가가 마음대로 하게 두면 노동자들은 생존이 어려워져서 나라 전체가 파괴된다는 자각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모든 선진국들이 이런 까닭으로 노동법을 제정하여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나라 전체의 몰락을 막아 왔다. 우리도 이제 진짜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느냐, 아니면 노동자를 찾으려고 해도 찾을 수 없고, 다른 나라로 이민 가려고 하는 사람들만 줄 서는 그런 나라로 가느냐의 갈림길에 지금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나라가 망하지 않게 하려면 노조법 2조, 3조를 반드시 개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