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성 주권자전국회의 상임공동대표(6.15청학본부 상임대표 정종성)
1. ‘초토화작전’, 한국전쟁 민간인 폭격에 관한 기밀해제 미군 보고서
얼마 전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다큐멘터리 영화가 있다. 영화의 제목은 ‘초토화작전’, 부제는 ‘한국전쟁 민간인 폭격에 관한 기밀해제 미군 보고서’다.
영화는 보안 해제된 미군의 문서와 아카이브 영상들, 폭격에 가담한 이들과 민간인 피해자들의 증언을 기반으로, 3년간의 한국전쟁 동안 수많은 민간인 희생자를 낳은 미 공군의 무차별 폭격의 실체를 낱낱이 조명한다.
전쟁이 발발하고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미군은 민간인에 대한 폭격을 승인했다. 이른바 초토화작전. 당시 피난민 중 일부가 공산당원이나 북한군으로 위장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한국전쟁 3년 동안, 미군은 한반도의 하늘에서 635,000여 톤의 폭탄을 남북한 전역에 투하했다. 2차 세계대전, 태평양 전쟁보다 많은 양이고, 3년간의 전쟁에서 20년 간 이어진 베트남 전쟁에서보다 인구 당 더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약 4백만 명의 사상자 중 반 이상이 민간인이었다.
미 공군은 초토화정책을 포함하는 100만 회 이상의 공중출격을 통해 남북한 대부분의 도시, 마을, 산업관개시설들을 무차별하게 폭격하고 민간인들에게 네이팜탄 투하는 물론 기총사격까지 했다.
한국전쟁 당시 프랑스 종군기자는 이렇게 기록했다.
“2차 대전이 벌어진 유럽엔 돌과 시멘트 잔해들이 비참하게 서 있었지만 한국의 도시에 남은 건 잿더미뿐이었다.”
정전협정 전날까지 매일 출격해 폭탄을 쏟아내며 압록강 수풍댐 폭파에 참여했던 미군 조종사는 “2차 대전 때 나치가 네덜란드에 행했던 것과 유일하게 같은 포격”이라며 “독일은 전범재판을 받고 처벌받았지만 자신들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미 국방부는 2001년 미국에서 열린 충북 영동의 노근리에서 자행되었던 미군의 양민학살에 대한 사건조사 기자회견에서 ‘민간인 학살이 범죄가 아니라면 그것이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증거문서들을 전혀 보지 못했다’며 발뺌했다.
영화가 담고 있는 미군의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 학살에 대한 내용들이다.
죽은 사람은 있는데 죽인 사람은 없다? 참으로 천인공노할 미국의 모습이다.
2. 또다시 전쟁위기? 전례 없는 전쟁위기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고 전쟁위기 국면이다.
남북미 모두 매우 강경한 발언과 조치를 쏟아내고 군사행동의 수위도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북한을 향해 ‘선제타격’, ‘주적’과 같은 과격한 발언을 했고 취임 후에도 ‘원점타격’이니 ‘압도적 대응’이니 하며 대북강경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은 2022년 핵태세검토보고서에서 북한을 향해 ‘정권의 종말’을 거론하기까지 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여러 행사들의 공개연설을 통해 미국과 윤석열 정부를 향해 ‘소멸’, ‘전멸’이라는 표현을 쓰며 강력한 경고를 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고 그동안 축소되어 진행되어왔던 한미연합훈련도 대폭 확대되고, 한미일 연합훈련까지 진행되었다. 미국의 핵항공모함, 핵잠수함, 전략폭격기 등도 수시로 한반도에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도 더 강경한 군사행동으로 맞대응하고 있다. 다종의 특수기능미사일, 수중 발사 탄도미사일에 이어 초대형 대륙간 탄도미사일인 화성포-17형까지 발사했다.
연일 ‘강대강’의 국면이 더욱 높아지는 상황이지만 대화와 협상이 재개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북한은 앞에서는 대화를 얘기하며 뒤에서는 군사훈련과 대북강경책을 쓰는 윤석열 정부와 미국에게 단호한 거부 입장을 밝혔다. 오죽하면 윤석열 정권을 향해 ‘인간 자체가 싫다’라는 말까지 했겠는가. 북한은 미국에 대해서도 ‘아까운 시간을 잃는 무의미한 미국과의 어떤 접촉 가능성도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하였다.
남북관계 전문가들의 입에서도 한반도 상황에 대해 ‘일촉즉발의 전쟁위기’, ‘아찔한 국면’, ‘악화일로’라는 우려와 성토의 말들이 나오고 있다.
또다시 전쟁위기가 아닌 전례 없는 전쟁위기 상황이다.
3. 초토화작전과 정전협정 70주년
내년은 정전협정 체결 70주년이다.
70여 년 전 잿더미가 된 한반도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흰옷을 입었다는 이유로 영문도 모른 채 무참히 학살되었다.
우리는 70년 전, 우리를 지켜주겠다고 들어온 미군이 자행한 천인공노할 범죄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도 기밀 해제된 미군 보고서를 통해 일부를 알고 있을 따름이다. 하지만 그 일부만 가지고도 미군이 과연 우리를 지켜준 것인지, 죽인 것인지에 대해서는 판단이 가능하다.
70여년이 지난 지금 이 땅은 전례 없는 전쟁위기 상황이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들에 대한 초토화작전을 명했던 미국만을 추종하고 있다. 전쟁이 난다면 그 결과는 70년 전처럼 무고한 국민들의 희생만 남을 뿐이며, 핵전쟁의 가능성이 커진 지금 상황에서는 70년 전보다 더 처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전협정 70주년이 되는 내년, 또다시 대참사를 맞이할 수는 없다.
얼마 전 강릉에서 오작동한 현무미사일 때문에 주민들이 불안에 떨어야 했는데, 만약 한미연합훈련 시기에 현무미사일이 오작동하여 북한에 떨어진다면 무슨 일이 발생할까? 지금처럼 긴장이 최고조로 올라가 있는 상황에서는 사소한 사고와 충돌 하나도 전면전으로 넘어갈 수 있다.
내년 봄 예정되어 있는 대규모 한미연합훈련은 필연적으로 군사적 충돌을 부를 수밖에 없다. 전쟁의 주술사들이 전쟁을 부르고 있는 지금, 그 주술사들의 지팡이를 뺐고 그들의 입을 막아야 한다. 우리 청년학생들은 연초부터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중단시키기 위한 행동을 적극적으로 벌여나가야 한다.
또한 분단이라는 비정상적이고, 불안정한 체제를 종식시키지 않으면 전쟁위기는 언제나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정전협정 70주년이 되는 2023년, 우리 청년학생들은 통일을 위해 더욱 매진해야 한다.
통일이 곧 평화다. <출처: 6.15청학본부 소식지 통일청춘 1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