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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에 대하여 끝없이 반복되는 비상식적 논쟁들

주권자전국회의 2022. 12. 21. 13:51

이래경 주권자전국회의 상임공동대표(다른백년 명예이사장)

 

전쟁이 나면 제일 먼저 그리고 크게 희생당하는 것이 바로 '진실'이라는 말이 있다. 현재 진행중인 우크라 상황에 딱 맞는 표현이기도 하다. 그런 중에도 미국을 대표하는 양식적인 두명의 지식인들의 시각과 입장을 이번 주 다른백년의 격동세계를 통해 소개하고자 한다. 첫째의 글은 국제관계학의 구루로 평가받는 하버드 대학의 Stephen Walt 교수가 포린-폴리시에 기고한 칼럼내용이다. 


 

스티븐 M. 월트 (Stephen M. Walt) , 하버드 대학교의 교수로 국제외교의 현안에 관하여 현존하는 구루로 평가되고 있으며 포린-폴리시에 정기적으로 칼럼을 쓰고 있다

출처: 포린-폴리시, 2022년 11월 29일자

 

전쟁은 불확실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가 희박하기 때문에, 우크라이나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아무도 모릅니다. 누구도 어떤 것이 최적의 행동방침이 무엇인지 확신할 수 없습니다. 우리 모두는 각자의 이론, 직감, 신념, 희망을 가지고 있지만, 전쟁 중에 작성된 내용을 100%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전쟁에 대한 상황은 관찰자가 차분하게 겸양을 지니고 전체 문제에 접근하도록 요구하며 다른 관점을 지닌 인사가 자신의 관점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에도 상대를 경청해야 합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전쟁에 대한 책임소재와 이에 따라야 할 적절한 행동방침에 대한 논쟁은 온라인 정보에 의존하는 현대 미디어의 기준에서도 매우 비정상적이며 불쾌할 정도로 편협합니다. 나는 이런 일이 왜 그런지 알아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내가 발견한 놀라운 점은 자유주의적 개입주의자, 회개하지 않는 네오콘 부류, 우크라이나에 올인하는 소수의 극단주의자들이 이러한 갈등의 원인이며, 오늘 시점에 따라야 할 적절한 행동방침에 대해 자신들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들의 입장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이번 전쟁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이 있으며, 과거에 서방의 사람들이 저지른 유일한 실수는 러시아에 너무 관대했고 러시아산 석유와 가스를 기꺼이 사려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들이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는 유일한 결과는 모스크바의 정권 교체, 우크라이나 재건자금을 위한 배상금 부과, 푸틴과 그의 동료들에 대한 전쟁범죄 재판을 수반하는 완전한 우크라이나의 승리입니다. 

 

또한 이들은, 전쟁에 대한 책임이 러시아 대통령에게만 국한된다는 점에 멈추지 않고, 이번 전쟁의 목표가 추상적이며 허용가능한 비용과 위험을 감수해도 달성할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 대해 매우 공격적입니다. NATO 확대(및 관련 정책)가 전쟁을 야기하는 원인이 되었다고 판단한다면,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결과는 협상을 통한 해결이며 이를 빨리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믿는다면, 그리고 만약 당신은 우크라이나 지원을 선호하지만 목표가 다른 이해 관계와 적절하게 비교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이들을 친-푸틴 지지자, 유화주의자, 고립주의자 또는 그보다 더욱 나쁜 사람으로 비난할 것이 거의 확실합니다.

 

전시 중에는 자신의 이익과 전략에 대해 가장 냉정하고 신중하게 생각해야 할 때입니다. 불행하게도 총알이 날아오고 무고한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있고 대중의 지지를 모으는 것이 최우선인 상황에서 냉정함을 유지하는 것은 특히나 어렵습니다. 정부가 맹목적인 애국적인 집단사고를 장려하고 반체제의 견해를 소외시키는 대부분 전쟁에서 합리적인 토론의 위축은 적어도 오랜 동안 일반적 관행이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도 예외는 아닙니다.

 

공개 담론이 그토록 쉽게 도덕적 분노에 빠지는 것을 저는 어느 정도 공감합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가하고 있는 일은 끔찍합니다. 사람들이 분노하고,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으로 키예프를 지원하기를 열망하고, 전쟁범죄에 대해 러시아 지도자를 비난하고, 가해자에게 혹독한 처벌을 기꺼이 가하고자 하는 입장을 이해할 수는 있습니다. 특히 상대방이 무고한 사람들에게 큰 해를 가하고 있을 때 약자의 편을 드는 것은 감정적으로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 어떤 사람들이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에 대하여 정의로운 대의에 충분히 헌신하지 못한 나쁜 사람으로 규정하고 이를 어떻게든 적과 공감하는 일이라고 결론을 내리는 이유를 일단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현재의 정치환경에서 누군가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비난에 올인하지 않는다면, 그들은 푸틴 편에 서는 것이라고 간주됩니다.

 

그러나 도덕적 분노가 정책이 되어서는 안되며, 푸틴과 러시아에 대한 비난이 우크라이나 상황과 세계에 대한 올바른 접근이 될 수는 없습니다. 강경한 매파들은 아마도 승리를 취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옳고 좋은 일이라고 판단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나 이런 방식으로는 얻을 것이 거의 없으며 아무런 성과도 없이 우크라이나 인들에게 고통만을 더하면서 전쟁을 지루하게 끌고 가면서, 결국에는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하도록 부추길 염려가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논쟁은 또한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로 왜곡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외교정책 기관은 자신들이 실수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며, 전쟁에 대한 모든 책임을 푸틴에게만 돌리려 하는 것은 이번 비극적인 사태의 발생에서 NATO의 확대를 지지했던 이들의 실수를 면책하려는 “감옥에서 벗어나는” 이벤트적 포석입니다. 

 

푸틴이 분명하게 이번의 불법적이고 파괴적인 전쟁에 대해 개인적으로 막대한 책임을 지고 있지만, 동시에 사태 이전의 서방이 취한 조치가 그의 결정을 가능하게 만들었다면, 서방정책의 입안자들도 결코 책임의 멍에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 않다고 주장하는 것은 역사와 상식(즉, 강대국이 꾸준히 국경에 가까워지는 강력한 동맹에 무관심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과 러시아 엘리트(단순히 뿐만 아니라 푸틴)들이 깊은 고민으로 NATO와 유럽연합이 하는 일에 대해 그것을 막을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고 있었다는 사실을 무시하는 것입니다.

 

NATO의 확대를 지지한 인사들은 여전히 푸틴과 그의 동료들이 이에 대해 전혀 걱정하지 않았으며, 그들의 반복적인 항의는 오랜 제국주의 야망을 은폐하는 거대한 연막일 뿐이라고 주장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푸틴과 주변 동맹국들이 진정으로 두려워했던 것은 민주주의와 자유의 확산이었을 뿐이며, 옛 소비에트 제국을 복원하는 것이 집권 첫날부터 그들의 진정한 목표이었다고 단정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자기방어적 주장은 사실과 전혀 맞지 않습니다. 더욱이 NATO의 확대와 자유주의 가치의 확산은 별개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러시아의 관점에서 NATO 확대, 2014년 우크라이나와의 EU 가입 협의, 민주화라는 칼라혁명에 대한 서구의 지원은 러시아 당국이 점차 심각하게 걱정했던 패키지의 일부였습니다.

 

서방 관리들은 자신들의 행동이 러시아에 위협이 되지 않으며 장기적으로 러시아에 이익이 될 수도 있다고 진심으로 믿었을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러시아의 지도자들이 그것을 그렇게 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미국과 서방의 정책입안자들은 푸틴과 보좌관들이 우려하는 방식으로 상황이 계속 바뀌어도 푸틴이 반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너무나 순진하게 생각했습니다. 서방은 민주주의 국가들이 규칙에 기반한 질서를 선량하게 확장하고 광활한 평화지대를 만들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습니다. 만약 푸틴이 편집증적이고 과신하고 무자비하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아야 한다면, 서구 정책입안자들은 오만하고, 순진하고, 무심하다는 이유로 역시 비난을 받아야 마땅합니다.

 

이번 전쟁은 우크라이나인들에게 재앙이었지만, 미국의 자유주의적 헤게모니 지지자들에게는, 특히 외교정책이 저지른 “실책’들의 매파적인 요소들을 이번 계기로 마법처럼 일부 되찾았을 수 있는 기회라는 점입니다. 서구의 지원으로 우크라이나가 침략군을 무찌르고 위험한 독재자를 모독할 수 있다면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리비아, 시리아, 발칸 반도 등에서 실책들은 기억 속에서 잊혀지면서 미국 주도의 자유 질서를 확장하려는 캠페인이 활력을 되찾을 수도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우크라이나를 승리의 기록으로 만들기를 열망하려는 잘못을 저지르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과거의 실패를 다른 사건으로 감추려는 이와 같은 열망은 외교정책을 구사하라고 주문하는 전문인사들을 소외시키려는 지속적인 노력과 완벽하게 일치합니다. 서구의 오판을 비판해온 인사들이 워싱턴 내에서 극소수에 불과하지만 전쟁이 발발하기 전에 어느 정도 견인력을 얻고 있었습니다. 지난 30년간의 외교 정책 실패와 트럼프 시대의 일관되지 않은 혼란을 감안할 때, 이들이 지지를 얻고 있었다는 사실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이들 저명한 비판 인사들은 전쟁이 시작된 이후로 러시아의 행동을 반복적으로 비판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지원을 지지했지만, 또한 확전의 위험에 대해 여전히 경고했습니다. 보다 유연한 외교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일방적으로 자유주의적 이상을 전파하려는 부주의한 노력이 이번 비극을 초래했음을 상기시켰습니다. 그러나 자유주의 헤게모니의 완고한 지지자들에게 이러한 외교적 견해는 혐오스러운 것이며 외교적 방안에 대한 기대치를 떨어뜨리는 한편, 세계적 규모에서 미국의 힘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주장하고 정당화시켜야만 했습니다.

 

물론 우크라이나인(및 전 세계 수백만 명의 다른 사람들)의 고통과 비교할 때 외교정책 전문가 사이의 다툼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미국의 강경파들이 자신들에게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과장된 공격을 가하거나 분노 표적으로 그들에게 차례로 반격을 가한들 누가 신경이나 쓰겠습니까? 이러한 정책적 이견의 교환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부러울 정도로 일상적인 편안한 삶을 영위하고 있으며, 어느 정도의 굴욕에도 자신의 생활을 별일 없는 듯 견딜 수 있습니다. 이렇듯 미국 내부의 견해의 차이가 무엇이 그리 중요하겠습니까?

 

Biden 행정부가 앞으로 몇 달 또는 몇 년 동안 불편한 위치에 있을 수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전쟁의 승리에 전념하면서도 공개적으로 미군이 직접 전투에 참여하지 않기를 희망하지만, 실제적으로는 전체의 국가안보기관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우크라이나를 돕고 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미행정부는 긴장고조라는 위험을 염두에 두고 러시아와 직접 총격전을 벌이는 것을 원하지 않으며, 더구나 일부 미국관리들은 분명히 우크라이나의 총체적인 승리가 현실적이지 않으며 결국에는 거래(휴전)를 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문제는 전쟁이 전세계 대부분이 보고 싶어하는 행복한 할리우드식 결말 대신 지저분하고 실망스러운 타협으로 끝난다면 어떻게 될까요? 우크라이나가 최근 몇 달 동안 이룬 반가운 진전에도 불구하고,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가 여전히 가장 가능성 높은 실제적 시나리오입니다. 러시아가 지금부터 1년 후에도 상당한 우크라이나 영토를 여전히 통제한다면, 그러는 동안에 우크라이나가 추가적인 피해를 당하고, 이번 전쟁이 러시아에 끼친 피해에도 불구하고 푸틴이 여전히 건재한 상태에서 모스크바에서 통치하고 있으며, 미국의 유럽동맹국들이 난민의 유입을 흡수해야 하고 우크라이나 관련 경제적 어려움을 견뎌내야 한다면, Biden 행정부가 이 전쟁을 성공사례로 빙자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질 것입니다.

 

불행하게도,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과 지리적으로 먼 곳에서 진행되는 전쟁을 계속하게 만드는 일종의 정치적 상황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승리에 이르는 그럴듯한 길이 없더라도 충분히 지원하지 않았다는 손가락질과 비난을 피하고 싶은 욕망은 어떤 식으로든 이를 확대하거나 길을 걷어차버리고 싶은 유혹을 불러 일으킵니다. (잊으신 분들을 위해 말씀 드리자면, 미국이 거의 20년 동안 아프가니스탄에 참전한 상황과 거의 같습니다.) 

 

키예프에 대한 지원이 충분하지 못하다고 판단하면서 강경한 매파들이 폭풍우같은 비난을 쏟아내면, 바이든 대통령과 그의 팀에게 스스로 선택할 여유가 주어지지 않으며 행동의 자유도 매우 제약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사태의 진전에 따라 세계로부터 일련의 나쁜 선택들 중에서 차악(협상)을 택하도록 강요를 받으며 시민사회의 지지 속에 비난을 피할 수 있는 공론이 형성된다면, 정책입안자들은 우크라이나에게 진행하고 있는 현재의 지원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여러 대책의 선택지를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