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가 9일 오전 파업 철회를 투표로 결정했다고 한다. 조합원 61.8%가 찬성을 했다고 한다. 화물연대의 결정을 존중한다. 그러나 일부 언론이 비웃으며 말하듯 이러한 결정이 단지 화물연대의 잘못된 선택이나 강경한 투쟁 방침 때문이라는 것에는 절대 동의하지 않는다. 화물연대가 오늘 눈물을 머금고 파업을 철회하게 된 것은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돈에만 눈이 먼 자들이 힘을 갖고 있고, 이들의 횡포가 이 사회를 위태롭게 만드는데도 시민들이 그에 대해 정확히 대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화물연대의 파업이 일어나게 만들고, 눈물을 머금고 철회하게 된 원인은 다음과 같다.
첫째, 힘 있는 자는 약속을 어기고 그 힘을 휘둘러도 용인되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이번 파업은 정부 여당이 약속을 어겼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도 그 점에서 한몫을 했다. 지난 6월 파업 때 정부 여당은 화물연대와 안전운임제 일몰제를 연장하기로 분명히 약속하였으며, 제도화나 품목 확대를 논의하겠다고 하였다. 그러나 그 뒤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더불어민주당은 그 다음 달 안전운임제의 제도화와 품목 확대를 위한 법을 만들고도 제대로 입법하지 못하였다. 도대체 국민이 압도적 다수를 만들어준 상태에서 왜 못하는지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이후 일몰제가 끝나는 시점이 다가오면서 화물연대가 빨리 입법화하지 않으면 파업을 하겠다고 경고를 했는데도 묵살해 버려서 오늘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 여당은 이에 대해 한 마디 사과도 없고 오로지 적군을 궤멸하듯 화물연대를 공격하고 있다.
둘째, 안전보다 눈앞의 돈에 눈이 먼 사회이기 때문이다.
화물연대가 요구하는 안전운임제의 제도화와 품목 확대는 교통사고로 인한 위험에서 이 사회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이다. 올해 상반기 전국 고속도로에서 화물차가 운행하는 비율은 20여 %에 불과했는데, 발생한 사망교통사고의 64.8%가 화물차에 의해 일어났다. 이렇게 사망교통사고가 많은 것은 화물기사들이 과로, 과속, 과적을 하기 때문이다. 영업용 5톤 이상 일반화물 트럭의 92.5%가 지입제로 운행되는데, 화주가 운수사에게 의뢰를 하면 하청, 재하청 등을 통해서 화물차주인 기사에게 오는 구조이다. 이러한 구조가 해결되지 않는 한 화물차는 고속도로를 달리는 흉기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화물차의 안전운임제를 제도화하고 품목을 확대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이다. 그럼에도 이것을 막으려는 이유는 오직 하나 돈 때문이다. 거의가 재벌인 화주들의 돈을 보장해주려는 것이다.
셋째, 이웃을 사랑할 줄 모르고, 자신을 지킬 줄 모르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화물연대는 귀족노조도 아니고, 특권을 가진 이익집단도 아니다. 화물연대의 조합원인 화물차주들은 이 사회의 밑바닥에서 고된 노동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정부여당이나 돈 많은 자들, 일부 수구언론들은 이들이 고통스러운 조건에서 벗어나는 것이 그렇게도 못마땅한가? 또한 이들과 마찬가지로 노동자인 대다수의 시민들도 이들의 파업이 불안한가? 우리 사회의 절대 다수는 노동자이다. 대다수 자영업자들도 언제 노동자가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살아가는 잠재적인 노동자이다. 같은 노동자로서 노동자인 이웃을 사랑할 줄 모르고, 그들에게 돌을 던지는 정부여당과 수구언론의 춤판에 휩쓸려서야 되겠는가? 오늘 화물연대 노동자들에게 돌아가는 탄압과 비난이 언제 다시 자신에게 돌아올 줄 모른다는 것, 화물연대 노동자들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거리를 질주하는 화물차는 우리 사회의 안전에 커다란 위협이 될 것임을 우리는 자각해야 한다.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화물연대의 파업은 끝났어도, 안전을 위한 시민들의 투쟁은 계속되어야 한다. 노동자의 요구를 이기적인 것으로 매도하고, 국제노동기구에서도 불법으로 지적하는 강제노동조치를 법이라는 이름으로 강요하는 현실을 깨부수어야 한다. 불과 얼마 전에 158명의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게 만들고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무능하고 무책임하고 뻔뻔스러운 자들이, 멋대로 휘두르는 저 망나니의 칼날을 그대로 두고만 보아서는 안 된다.
안전운임제의 제도화와 품목 확대는 이제 우리 시민들이 나서서 쟁취해야 할 일이다!
2022. 1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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