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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령과 쿠데타의 추억

주권자전국회의 2024. 12. 10. 16:18

적반하장

 

윤석열이 그야말로 느닷없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첩보가 있다는 주장도 있었고 우려 섞인 예측도 없지는 않았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이유야 각각 다르지만 그럴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윤석열은 기어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말았다. 이번 비상계엄 선포는 절차나 요건에서 전혀 적법성을 갖추지 못한, 위헌적 위법적 행위였다. 그러므로 이것은 쿠데타이고 내란 기도이다. 계엄령과 쿠데타는 같은 것은 아니다. 계엄령은 헌법과 법률에 의거해서 대통령이 취할 수 있는 조치이다. 쿠데타는 통상 권력을 찬탈하기 위한 불법적인 행위이다. 그런데 권력을 쥐고 있는 자가 반대파를 제거하고 국민들을 겁박하기 위한 친위쿠데타가 있다. 이번의 경우는 친위쿠데타라고 보아야 한다.

 

이번 친위쿠데타는 윤석열이 대통령이 된 뒤 지속되는 사고방식과 태도의 완결판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것은 바로 적반하장이다. 계엄령 선포의 이유를 윤석열은, 지금 우리나라가 국정은 마비되고 국민들의 한숨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고, ‘이는 자유대한민국의 헌정질서를 짓밟고, 헌법과 법에 의해 세워진 정당한 국가기관을 교란시키는 것으로써, 내란을 획책하는 명백한 반국가 행위를 야당을 비롯한 반국가세력이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금 내란을 획책하는 명백한 반국가 행위를 함으로써 국정이 마비되고 국민들의 한숨이 늘어나게 하는 것은, 야당 때문이 아니라 바로 자기와 자기 부인 때문인데 엉뚱하게 야당 탓을 하고, 정체도 불분명한 반국가세력을 척결하겠다고 한다.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오는 명태균 게이트에 국민들을 짜증나게 하고, 경제는 엉망이 되어 민생은 파탄나고, 언론 장악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서 법 질서를 엉망으로 만들고, 마누라의 범죄를 덮어주기 위해 공권력을 마음대로 쓰고 거부권을 남발하고, 일본과 미국을 향한 굴종외교로 국민들의 분노는 날이 갈수록 더해 가는데, 마침내 비상계엄이라는 해괴망칙한 짓까지 하였다. 도둑놈이 몽둥이를 든 격이라고 하는 적반하장이 이보다 더 어울릴 때가 있을까?

 

 

점입가경

 

그런데 매우 이상했다. 70년대와 80년에 젊은 시절을 보냈던 사람들은 이전에 겪었던 계엄령과 비교해 볼 때 이건 아무래도 뭔가 어설픈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주요 시설 점거나 요인 체포도 없었고, 휴교령이나 계엄군의 시가지 진입도 보이지 않았다. 통상 0시나 새벽에 발동되던 계엄이 밤 10시 조금 넘어서 담화 발표로 된다는 것도 왠지 장난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이후에 알려진 내용을 보면 어처구니없는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국무회의가 열렸는데 대다수가 반대했다는 말만 들릴 뿐 회의록도 없다. 계엄군이 선관위를 급습했다는데 생뚱맞은 일로 이유도 알려져 있지 않다. 부정선거에 관한 자료를 찾기 위함이라는데 극우 유튜브에 매몰되어 있는 윤석열의 정신세계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설사 그런 의심이 들면 검찰이나 경찰이 수사할 일이지 비상계엄을 선포한단 말인가? 더욱이 특정 유튜브 진행자의 사무실과 집에 쳐들어가서 압수수색을 하고 검거 시도를 했다는데, 이건 아무리 봐도 권력을 자기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을 해치기 위해 쓰는 것밖에 무슨 이유가 있을까?

 

하루 이틀 지나면서 국회에서 관계자를 불러 질의를 하고, 증언들이 쏟아지면서 정말 점입가경이란 말이 안 나올 수가 없다. 요인 체포 명령은 있었던 모양인데 어떻게 된 것인지 시행되지를 못했다. 계엄사령관으로 임명되었다는 자는 비상계엄 선포 담화를 텔레비전을 보고 난 뒤에 자기가 계엄사령관이 된 걸 알았다고 하고, 계엄 포고령 문건도 그때 전달 받았고, 누가 썼는지도 모른다고 한다. 이렇게 엉망으로 국정을 운영하는 자에게 국가권력이 마음대로 쓰이게 둔다면 이건 정말 철부지나 사악한 자에게 흉기를 내맡기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

 

 

전화위복

 

결국 이번의 비상계엄은 불과 세 시간도 안 되어서 국회에서 해제 결의가 되었고, 국무회의에서 해제에 동의하고, 계엄군이 국회에서 철수함으로써 일단 실패로 끝났다. 이렇게 된 데는 비상계엄을 저지하겠다는 시민들의 강력한 의지가 있었음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물론 신속하게 대응한 국회의장, 야당의원들에 대해서도 칭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계엄해제에 찬성한 여당 의원들에게도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막은 것은 거듭 말하지만 목숨이 위험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한밤중에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으로 달려간 시민들의 용감한 행위가 있었다는 점은 길이 역사에 남을 것이다.

 

이번 사태는 윤석열이 어떤 자인지, 왜 그를 빨리 끌어내려야 하는지를 온 국민에게 명확하게 알게 하였다. 그의 비상계엄 선포가 오히려 국민들에게는 화가 복으로 바뀌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지금까지 선뜻 퇴진투쟁에 나서지 못하던 사람들, 탄핵이 부담스러운 이들이, 124일 새벽에는 윤석열 체포까지 목청껏 외치게 되었고, 나날이 그 수는 불어나고 있다. 6당에서도 일부 야당은 일찍부터 퇴진과 탄핵을 외쳤지만, 퇴진 주장을 부담스러워 하던 거대야당인 민주당과 국힘에서 떨어져 나온 개혁신당조차 탄핵안을 공동으로 발의하였다.

 

2, 3의 비상계엄 선포가 이어질지도 모르는데 상황이 종료된 듯 생각하는 것은 너무 안이한 생각이라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실탄이 지급되었다고 하고, 그들 중 누군가 발포라도 했다면 상황은 끔찍하게 흘러갔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조금만 대처가 늦었어도 계엄령 해제는 어려웠고, 그들의 횡포는 심각하게 진행되었으리라는 이야기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물론 아직 상황은 유동적이다. 윤석열은 여전히 자기가 잘못 하지 않았다고 하면서 민주당이 국회에서 폭주하는 것에 경고하기 위함이었다는 말도 안 되는 변명을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국힘당 의원들 중 일부는 계엄해제에는 동의했으면서도 탄핵에는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뻔뻔함과 기회주의조차 우리는 저들의 민낯을 밑바닥까지 드러나게 하는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계엄령은 우리 현대사에서 매우 심각한 사변을 불러일으켰다. 죽어갔고, 죽어가는 사람을 바로 옆에서 보았고, 피를 흘리며 부상당하는 사람도 보았고, 조금 전까지 같이 수다를 떨던 친구가 끌려가는 것을 목격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우리 국민 중 적어도 노년층은 계엄령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 그리고 그것은 알게 모르게 젊은이들에게도 집단적 유산으로 전해져 왔던 것이다. 그런데 경고하기 위함이었고, 홍보용이라니. 정말 이럴 때 할 수 있는 말인 것 같다. “어째서 사람이 이 모양인가?”

 

 

발본색원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두려움이나 불안이 아니라, 용기와 희망이다. 저들이 국가권력을 갖고 국민을 탄압하려 해도 그것이 실패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그 신념을 확산해야 한다. 그것은 바로 우리의 민주주의 역사가 뒷받침하고 있다. 5.18광주민중항쟁은 국가폭력에 맞서 저항하는 국민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를 보여주었다. 그것이 1987년에, 박근혜 탄핵 촛불항쟁 때 저들이 다시 잔인한 폭력을 쓰는 것을 망설이게 한 것이었다.

 

또한 저들은 이후로 서로의 눈치를 보면서 분열하고 있다. 폭압의 책임자가 되기를 망설이고 책임을 떠넘기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이번에도 발현되었다. 엉성한 계획과 주저하는 계엄군들, 그리고 용감하게 맞서는 시민들과 그에 부응해서 계엄을 해제하는 절차를 밟은 국회의장과 야당 의원들, 이 모든 것이 우리가 쌓아온 민주주의역사를 통해 윤석열 일당의 터무니없는 만행을 저지하도록 한 것이다.

 

이제 우리가 할 일은 민주주의를 압살할 수 있는 세력의 뿌리를 뽑고, 다시는 이런 만행을 저지르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야말로 근본을 뽑아버리고, 근원을 막아내는 발본색원이 필요한 때이다. 그것을 위해서도 우리는 윤석열을 탄핵하고, 내란죄로 처벌하고, 새로운 정부에서는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는 개헌을 해야 한다. 그것은 겉치레나 형식적인 것이 아니라, 국민을 폭력으로 탄압하는 정치권력에 대해서는 국민이 저항할 수 있다는 권리를 선언하는 것이다. 아울러서 그런 정신을 교과서에 실어서 우리의 시민정신으로 교육하도록 해야 한다.

 

아직 상황은 종료되지 않았다. 아니 윤석열이 끌어내려진 이후에도 계속적으로 우리에게 과제는 제기될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우리의 투쟁으로 쌓아온 역사가 우리를 밀고 있고, 우리는 그것을 받아서 역사를 이루어 가고 있다. 이제는 끝내자! 민주주의를 억압하는 그 모든 오욕의 역사를 끝내자! 그리하여 계엄령이나 쿠데타를 추억으로만 이야기하고, 역사책에서나 볼 수 있는 것으로, 이번 기회에 확실히 매듭을 짓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