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로 알아보는 한국 근현대사 인문학 소모임 시작하다
2024년 5월 16일(목) 주권자전국회의 부천지회(이하 부천지회), 부천시민연합, 민족문제연구소부천지부 주최로 소설로 알아보는 한국 근현대사 인문학 소모임을 시작하였다. 부천지회와 함께 인문학 소모임을 주최한 단체들은 부천비상시국회의를 주도적이고 적극적으로 이끌고 있는 단체들이다. 강좌에 참석한 인원은 10명 이상이었다. 소모임은 월 1회 매달 셋째 주 목요일에 하기로 하였고, 강사는 정해랑 주권자전국회의 공동대표이다. 이번 소모임의 선정도서는 전광용의 [꺼삐딴 리]였다. 다음 도서는 채만식의 [미스터 방]이다.
인문학 소모임을 제안한 부천지회 정해랑 강사는 ‘역사를 알아야 하는 것은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위해서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깨닫기 위해서이다. 그러한 역사를 소설만큼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보여주는 것도 없을 것이다. 소설을 통해서 우리 근현대사를 공부하고, 이어받아야 할 것과 버려야 할 것을 성찰하며, 미래를 위해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기 위해 이 강좌를 시작하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이번 주제는 ‘광복절과 꺼삐딴 리’였다. 이 도서를 선정한 이유에 대해서 정해랑 강사는 ‘꺼삐딴 리는 일제 강점기 말기부터 광복 뒤의 미소 군정 시절, 그리고 한국전쟁과 그 뒤의 시절까지 우리의 굴절된 현대사 속에서 강한 외세에 빌붙어서 살아온 한 인물의 행적을 생생하게 그린 소설’이라고 소개하였다. 우선 이야기 나눔을 하기 전에 소설의 특징과 소설을 읽는 이유에 대해서 서로 이야기 하였다.
소설을 통해서 ‘1945년 8월 15일 광복의 날에 우리 민족 누구나 기뻐했을까?, 광복을 두려워했던 사람들은 누구이고, 왜 그랬을까?, 그들이 새로운 활로를 찾은 것은 무엇일까?, 그들의 삶에 대해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올바른 사람이 잘 사는 세상은 어떻게 가능할까?’ 등에 대해서 생각을 나누었다. 꼭 알아야 할 것으로 ‘친일파, 반민족행위자특별조사위원회(반민특위),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반민규명위)’ 등을 정리하였다.
우선 제일 문제 삼아야 하는 사람들은 친일파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왜냐하면 나의 명예와 권력, 이익을 위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었고, 특히 독립운동가들을 처벌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소설 속의 주인공 삶을 마주하면서 현재 나 자신의 삶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서 ‘혼돈스럽고, 항상 고민이다.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등 삶에 대한 진지한 생각을 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올바른 사람이 잘 사는 세상은 어떻게 가능할까?라는 물음에 ‘늘 사고를 하면서 용기가 있어야 한다’고 참석자 중 한 명이 이야기하였다.
자크 라캉은 프로이트의 ‘무의식’을 ‘욕망’이라고 불렀고, ‘무의식은 타자의 욕망’이라고 하였다. 이 소설 속의 주인공처럼 그 스스로 그것이 옳은 일이라고 여길지라도 그를 둘러싼 타자들의 기준에서 판단해야 한다. 그 스스로 옳다고 해서 옳은 것이 아니다. 그러나 타자들의 기준이 너무 강력하면 개인의 욕망은 계속 제어되고 억압받을 수 있다. 그래서 동시에 나의 욕망을 제어하고 억압하는 것의 정체가 무엇인지에 대한 판단도 필요하다.
작품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이인국은 외과 의사다. 그는 일제 강점기 때는 이북의 어느 중소도시에서 병원을 개업하고 있었다. 일본이 패망해서 물러갈 때까지 그는 일본 관리들과 가깝게 지내고, 총독부가 선임한 관선 시의원을 하였으며, ‘국어 상용(國語常用)의 가(家)’라는 표창을 받을 정도로 적극적으로 친일 행위를 했다. 광복 직전 이인국은, 사상범으로 구속되었다가 병이 들어서 병보석으로 풀려난 춘석이란 환자가 도움을 청하는데도 입원실이 없다는 구실을 들어 냉정하게 돌려보냈다.
광복이 되던 날 이인국은 불안한 마음 때문에 안절부절못했다. 이윽고 소련군이 들어오고 이인국은 치안대에 체포되어 감옥에 갇히게 된다. 감옥에 갇혀서도 살아나갈 궁리를 하던 이인국은 러시아어 독본을 열심히 공부한다. 그러던 중 그에게 기회가 왔다. 감방 안에 전염병인 이질이 돌게 되고 이인국은 감방에서 나와서 응급치료실에서 일하게 된다. 그때 소련군정의 고문관인 스텐코프 소좌의 뺨에 혹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 이인국은 그것을 제거하는 수술을 해주겠다고 제안했다. 그리고 그 수술에 성공한 이인국은 스텐코프로부터 ‘꺼삐딴 리’라는 말을 듣게 된다. ‘꺼삐딴’은 영어의 Captain에 해당하는 말로 ‘최고’라는 뜻으로 쓰이던 말이다.
스텐코프의 뺨에 붙은 혹을 제거해준 공으로 이인국은 석방됐다. 석방된 뒤 이인국은 의대를 다니고 있는 아들 원식의 모스크바 유학을 스텐코프에게 부탁했다. 아내는 그저 평범하게 살자고 반대했지만 원식이가 모스크바 유학만 갔다 오면 누구에게도 꿀릴 것 없이 잘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여 우격다짐으로 밀어붙였다. 누구보다 상황 판단을 잘 한다고 생각한 그도 여기서는 판단 착오를 했다. 그다음 해에 전쟁이 난 것이다. 그리고 국군이 올라오고 다시 퇴각할 때 함께 피난길에 오를 때까지 원식이는 소식이 없었다. 결국 아내는 아들의 소식을 모르는 것도 하나의 원인이 되었던지 남쪽에서 병들어 죽고 말았다.
남쪽에 와서 셋방을 얻어 병원을 차린 이인국은 그것을 확대하여 자기 전문인 외과 외에 내과, 소아과, 산부인과 등 개인병원을 집결시켜서 종합병원으로 만들고 원장이 되었다. 그리고 그는 딸인 나미와 둘이 살다가 이북에서 자기 병원의 간호원으로 있었던 혜숙을 만나 재혼한다. 일제 강점기 때는 자식들에게 일본어로만 생활하도록 하고, 소련 군정 하에서는 러시아어를 열심히 하도록 한 이인국은, 남쪽에 내려와서는 나미에게 영어를 열심히 하라고 했다. 나미는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이인국이 소개해 준 미국인 교수에게 영어 회화 지도를 받았다. 그러다가 유학을 가게 되었는데 어느 날 나미가 그 교수와 결혼하겠다는 편지를 보내 왔다. 아무리 미국인에게 빌붙어야 살 수 있다고 생각한 이인국이지만, 파란 눈에 노랑머리를 가진 미국인 사위가 생긴다는 것은 찜찜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혜숙과 사이에서 낳은 이제 갓난아기인 아들을 생각하면 미국 혼반을 맺어두는 것도 괜찮을 것이라고 스스로 합리화한다. 그래서 나미도 만나고, 가는 김에 유학 경력도 만들 겸해서 미국에 가려고 한다. 미국에 가면서 가장 대우가 좋다는 국무성 초청 케이스로 가려고 미 대사관에 근무하는 브라운이라는 사람에게 고려청자를 선물로 싸들고 갔다. 브라운은 3년 전에 딸 나미가 미국에 유학 갈 때도 도움을 받았던 인물이다. 브라운의 집에 가서 그에게 초청장이 왔다는 말을 들은 이인국은 자신의 처세법은 유에스에이에도 통한다고 기고만장하는 것으로 소설은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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