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국가 책임 인정하고 사과하라!”, “운 좋게 살아남은 것에 감사해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 “사고가 아닌 인재입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11월 3일 저녁 6시 34분, 이태원역 4번 출구 앞으로 검은 옷을 입은 청년들이 나란히 섰다. 청년들이 이태원 참사에 목소리를 내기 위해 결성한 ‘청년추모행동’이 이틀째 이어간 침묵시위 현장이다. 청년추모행동은 정당 청년조직과 시민사회 청년단체 10곳(노동당 학생위원회, 청년녹색당, 청년정의당, 청년진보당, 대학생기후행동, 페미니즘당 창당모임, 진보대학생넷, 청년하다, 청년참여연대, 한국청년연대)이 연대해 결성한 단체로 시위를 진행한 6시 34분은 참사 당일 112신고가 처음으로 접수된 시각이다.
청년추모행동은 2일 오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1인 침묵시위’를 처음으로 제안했고 3일 오전에는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에서 다시 한 번 제안 취지를 설명하고 참여를 독려한 바 있다.
시간이 지나며 청년들이 조금씩 늘어났고 4번 출구 너머까지 줄이 길게 늘어섰다. 근처 버스정류소에서 내린 시민들은 청년들이 손에 쥔 피켓을 읽으며 발걸음을 옮겼고 인근 상가에서 내려온 어느 어르신은 한 청년에게 말없이 장갑 뭉치를 건넨 뒤 홀연히 사라졌다. 주위 다른 청년들이 손에 낀 것과 똑같은 장갑이었다.
이태원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라는 한 60대 여성은 “어제보다 학생들이 더 많아졌다”며 “과거에도 청년들이 나서자 넥타이 부대가 합류하고 어른들이 움직이지 않았냐”고 회상하며 “추운 날씨에 고생이 많아 안쓰럽지만 더 많은 청년들이 동참해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첫 날(2일) 참가인원을 100명으로 추산했던 청년추모행동은 이틀째(3일) 참가인원을 150명이라고 밝혔다.
이태원역 4번 출구에서 추모행동을 시작한 청년들은 7시에 녹사평 분향소로 이동해 합동 묵념을 올렸고 이어서 용산 대통령실로 향했다. 관련해 청년진보당 홍희진 대표는 “어제(2일) 추모행동에 참가한 청년들이 직접 적은 피켓에는 국가에 대한 분노를 담은 문구들이 많았다”며 “그래서 오늘은 ‘애도만 하라’는 국가에 맞서 ‘움직이고 행동하는 게 청년들의 추모 방식’이라는 걸 알리고 싶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청년진보당 박태훈 집행위원장은 “현재 대학가는 ‘친구의 친구’ 정도만 거치면 거의 모두가 피해자와 연이 닿을 정도로 이번 참사에 충격이 크다“고 밝혔다. 이어 “제 친구도 참사 현장 길 건너편에 있었지만 구조 활동에 나설 엄두가 나지 않았고 ‘내가 피해자를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다”며 이번 참사를 둘러싼 정치공방과 미디어 너머에 있는 청년들의 높은 당사자성을 강조했다.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의 진심어린 사과가 있어야 후유증에 시달리는 수많은 청년들에게 너의 탓이 아니라고 말해 줄 수 있지 않겠느냐”며 ‘대통령의 진심어린 사과, 명확한 진상규명, 재발방지책 마련, 책임자 처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대통령실로 향하던 이 날 청년들의 발걸음은 경찰의 제지로 길 위에서 멈췄다. 청년들과 일선 경찰의 대치에서 큰 마찰은 없었고 청년들은 희생자에 대한 묵념을 끝으로 이 날 추모행동을 마무리했다.
진보대학생넷 장유진 대표는 “추모행동을 하는 동안 주변에 있는 경찰들이 그때(참사 당일) 필요했던 경찰보다 훨씬 많았다”며 “필요한 목소리를 가리는 역할이 아니라 안전이 필요한 곳에 국가와 행정이 작용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청년추모행동은 금요일(4일) 저녁 6시 34분, 토요일(5일) 오후 2시에 행동을 이어가며 토요일에는 다시 한 번 대통령실로 행진할 예정이다.
출처 : 직접민주주의 뉴스(http://www.ddnews.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