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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항쟁은 지속되고 있고, 계속되어야 한다

주권자전국회의 2023. 5. 18. 11:17

5월 항쟁은 지속되고 있고, 계속되어야 한다

 

 

5.18민중항쟁이 일어난 지 벌써 43년이 되었다. 당시 시민군이었던 사람들이 노년이 되었고, 그때 막 태어났던 사람들이 청춘을 넘기고 중년에 접어들었다. 해마다 5월이 오면 우리는 5.18 정신을 계승하자고 한다. 반면에 최근에는 5.18을 폄훼하는 자들이 도대체 5.18정신이 무엇이냐고 비아냥거리는 현수막을 내걸기도 하였다. 과연 5.18정신은 무엇일까?

 

1980518일 광주에서부터 시작된 것은 바로 학살이었다. 비무장 시민을 향해 대검으로 찌르고 곤봉으로 내려친 만행이었다. 그리고 그에 대해 항거하는 이들에게 총격을 가하고, 헬기까지 동원하여 기총소사를 한 천인공노할 짓이었다. ‘무고한시민이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그것은 정확하지 않다. 그렇다면 시위를 한 사람은 맞아 죽어도 된다는 것인가? ‘무고한 시민이 아니라 비무장의 시민에 대해 군인들이 총격을 가하고 대검을 휘두른 것이다.

 

그것이 바로 학살이었기 때문에 그 진상과 원인을 정확하게 밝혀야 한다. 또한 가해자를 분명하게 가려내서 처벌을 하든지, 이미 고인이 되어 처벌할 수 없다면 기록으로라도 남겨서 만천하에 알려야 한다. 그러므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없는 상태에서 섣불리 화해, 용서 어쩌구 하는 것에 대해 우리는 정확하게 선을 그어야 한다.

 

이러한 학살과 만행에 대해 분연히 항거한 것, 그것이 바로 5.18정신이다. 우리가 헌법을 개정해서라도 그 전문에 넣어야 하는 5.18정신은 바로 항거의 정신이다. 이것이 없이 그저 불의에 맞서 싸웠다는 식으로 얼버무려서는 안 된다. 불의한 권력에 시민도 무장하여 맞서 싸울 수 있다는 정신, 그것이 바로 5.18정신이라고 일컬어야 한다. 이 정신은 그 항거의 정도가 저들의 상상을 뛰어넘었고, 이후 저들이 그러한 짓을 감히 시도하기 어려울 정도로 두려움에 떨게 만들었다는 데에 커다란 의의가 있다.

 

19876월 항쟁 때에 전두환 군사독재정권이 무력 진압을 하지 못하게 된 데도, 2016-2017년 촛불혁명 때 박근혜 정권이 군대를 동원하지 못한 것도 이들에게는 1980년의 광주민중항쟁이 커다란 걸림돌이 되었을 것이다. 1980년을 떠올릴 때 이들은 두려움을 갖게 마련이고, 무모한 무력 진압을 하려는 자들의 주장이 그들 속에서도 설득력을 잃어가게 되는 것이다.

 

많은 한계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6월 항쟁으로 직선제를 쟁취하였고, 촛불혁명을 통하여 박근혜를 탄핵시키고 구속시킬 수 있었는데, 저들은 물리력으로 그것을 제압하지 못하였다. 5.18광주민중항쟁이 보여준 항거의 정신은 최소한의 피를 흘리고 민주혁명을 쟁취할 수 있게 한 요인이 되었던 것이다.

 

5.18정신의 또 다른 면은 바로 자주의 정신이다. 5.18민중항쟁은 우리 역사 속에서 본질적인 문제이면서도 분단으로 인해 덮여져 있는 외세에 대한 문제, 즉 미국에 대한 문제를 대중적으로 본격적으로 드러냈다. 미국이 우리 민족 분단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나라이고, 일제 잔재 청산을 가로막은 나라이며, 이후 독재 권력을 지지 지원했던 나라라는 것은 일찍부터 적지 않은 사람들이 알고 있었던 바이다. 하지만 그것은 금단의 영역이 되어 그것을 언급하려면 엄청난 피해를 감수해야만 하였다.

 

그러던 것을 본격적으로 대중적으로 제기하게 만든 것이 바로 5.18광주민중항쟁이다. 물론 그것은 지극히 온건한 내용이었다. 미국이 독재 권력을 지지 지원하기 때문에 문제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조차도 좀처럼 허용되기 어려웠던 상황에서 그러한 제기는 우리의 민족민주운동을 한 차원 높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오늘날 미국이 저지르는 짓을 보면 5.18광주민중항쟁이 얼마나 커다란 의미를 갖는지를 새삼 깨달을 수 있다. 미국은 오늘날도 민족화해를 가록막고 있고, 일본에 굴종하고 과거의 죄를 더 이상 묻지 말라고 압박하고 있고, 이제는 경제적 수탈까지 심각하게 자행하고 있다. 나아가서 이 땅을 자신들의 패권을 위한 전쟁터로 만들려고까지 하고 있다. 5.18의 자주 정신은 이에 대해 분연히 항거할 것을 우리에게 가르치고 있다.

 

5.18정신은 평화상생의 정신이다. 총알이 빗발치고, 폭력이 난무하는 가운데서도, 서로가 주먹밥을 나누고, 헌혈을 하기 위해 달려갔던, 그런 고귀한 인간성으로 함께 살고자 하는 정신이다. 그 정신이 이후 100만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 시위를 해도 단 한 건의 절도도 폭력도 일어나지 않는 우리 민중들의 고귀함을 보여주게 하였다.

 

5.18정신은 불의한 권력에 대해 항거할 수 있는 정신이고, 외세의 간섭으로부터 자주를 지키는 정신이고, ‘평화상생으로 함께 살아가는 정신이다. 이러한 정신이 반드시 헌법 전문에 기록되어야 하고, 교과서에 실려서 많은 이들이 체화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다시 민주주의가 퇴행하는 검찰독재정권하에서, 민생은 파탄나고, 외세에 굴종하여 전쟁위기를 자초하는 현실 속에서, 5.18정신을 구현하는 5월 항쟁은 지속되고 있고, 계속되어야 한다.

 

해마다 5월이 다시 오면 우리는 부끄러움과 죄스러움에 사로잡힌다. 그 당시 살았던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 이후에 태어난 사람조차 항쟁의 전 과정을 생각하면 그러지 않기가 어렵다. 하지만 5.18광주민중항쟁은 여전히 역사 속에서 살아서 우리 모두가 나아가는 길에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고 있고,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바를 알려주고 있다. 우리는 그것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통해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를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다. <웹진 64호 '편집인의 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