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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포장 뒤에 감춰진 탐욕과 야만

주권자전국회의 2022. 10. 24. 11:17

 - 중대재해 산재 사망 사고 발생한 SPC그룹의 민낯


    지난 10월 15일 오전 6시경 SPC그룹의 계열사인 SPL 평택 공장에서 중대재해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본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이 사고로 목숨을 잃으신 고인의 명복을 빌고, 이제 이승의 한을 잊으시고 평안한 영면을 누리시기를 머리 숙여 바란다.

  사고는 평택시 팽성읍 추팔공업단지에 위치한 SPL사업장에서 일어났다. 이 회사는 SPC 파리바게뜨에서 쓰이는 휴면반죽을 비롯해 빵, 식빵, 샌드위치 등 완제품을 생산하는 사업장으로 SPC그룹 파리크라상이 100%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다. 

  너무나 안타깝고 생각하기에도 끔찍한 사고였다. 샌드위치 소스 배합공정에서 작업하던 노동자가 배합 기계에 앞치마가 빨려 들어가며 사망하는 참사가 일어난 것이다. 

  좀더 사고 원인을 조사해야겠지만 현재까지 알려진 것만으로도 회사측의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안전조치 위반이라고 볼 근거가 너무나 많다.
  첫째, 2인 1조로 일하는 공정인데도 사고 당시 홀로 근무하게 방치하였다.
  둘째, 평소에도 앞치마가 벨트에 끼이는 일이 있었으나 개선 조치를 하지 않았다. 
  셋째, 하지도 않은 안전교육을 했다는 서명을 하라고 지시하였다. 
  넷째, 배합수당을 받을 정도로 힘든 공정으로 평소 여성 배치에 대한 현장 불만이 있었으나 외면하였다. 
  다섯째, 이번 사고 일주일 전에 일어난 손 끼임 사고에 대해 재해자가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여섯째, 혼합기에 재료를 붓기 위해 뚜껑을 열 때 센서가 반응해 혼합기 가동이 중단되어야 하는데 사고가 난 기계에는 센서가 없었다. 작업시간을 줄이기 위해서 센서를 떼어 놓았다 다시 부착했다고밖에 추측이 안 된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이런 점들을 볼 때 회사가 비용 절감을 통한 이윤 확보에만 눈이 멀어서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안전조치를 소홀히 하거나 아예 무시한 것이라는 의심이 충분히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SPL이, 나아가서 SPC그룹이 얼마나 돈에만 눈이 먼 탐욕스러운 집단인지는 사고 이후에 더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혼자서 일하던 고인을 동료 직원들이 발견하고 119 신고를 할 때까지 10분 이상이 지체되었다고 한다. 그것은 회사가 현장 직원에게 휴대전화 반입을 금지하고, 관리자에게 유선전화로 보고를 하더라도 전화번호를 외우지 못하니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회사에 보고하기 전에 119 신고를 사실상 못하게 하고 있어 즉각적인 대응이 어려웠다는 것이 동료 직원들의 주장이다. 이번 사고 이전에 작업장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쓰러진 적이 있는데, 동료 직원이 119에 전화를 했다가 회사에 먼저 보고하지 않았다고 난리가 난 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 뒤로는 그런 일이 생겨도 동료직원들이 119신고를 하는 것을 꺼렸다고 한다. 그 결과 이번 사고도 늑장 대처를 하게 된 것이다.
  
  더욱 우리를 안타깝게 하고 분노하게 하는 것은 사고 다음 날 바로 그 공간에서 작업을 계속하게 했다는 점이다. 동료 직원들의 말에 따르면 회사에서 사고가 난 기계만 흰 천으로 덮고 다른 기계에서 작업을 하게 했다고 한다. 또 사고를 목격하고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에게 시신을 치우는 일을 시켰다고도 한다. 이거야말로 노동자는 조금의 감정도 갖지 않은 존재라고 사측이 생각한다는 방증이라고 볼 수 있다.

  이후의 대응도 이 회사가 얼마나 비인간적이고 야만적인지를 보여준다. 사고 발생 후 바로 다음 날 제일 먼저 나온 기사는 SPL회장의 사과가 아니라 파리바게뜨 런던 1호점 개점에 대한 홍보기사였다. 또 사고피해자인 고인의 빈소에 조문객 답례품으로 하라며 파리바게뜨 브랜드로 판매되는 가공품 빵 두 박스를 두고 갔다고 한다. 이건 고인과 유족을 능멸하는 처사이고, 그저 자신들의 이윤만 탐욕스럽게 생각하는 파렴치한 자들의 행태다.

  파리바게뜨, 던킨도너츠, 베스킨라빈스로 대표되는 SPC그룹의 상품들은 우아한 포장으로 싸여 있다. 수십 년 전 삼립빵, 샤니케익 등의 대중친화적인 빵에서 이름도 고상한 듯한 영어식 상표로 바꾸거나 외국 상표를 도입하고, 매장도 화려하게 꾸미면서 소비자들이기도 한 노동자, 시민들의 돈으로 배를 불리고 있다. 이러한 우아한 포장에 탐욕과 야만이 감춰져 있음을 우리는 이번 사망사고로 절감하게 되었다.

  이런 자들이 갖고 있는 공통점이 있다. 노동조합을 싫어한다는 것이다. 또 관리자를 동원해서 탄압하면 노동조합이 사라지거나 자기들 뜻대로 움직이는 어용노조가 된다고 믿는다는 점이다. SPC그룹의 파리바게뜨, 던킨도너츠, SPL 등은 관리자를 동원하여 노조 탈퇴 협박, 회유 등을 시도하고, 어용노조를 만들어서 노노갈등을 통해 노조 무력화를 시도하였다. 이 때문에 당국의 수사대상에 오르기도 하고, 불매운동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경찰의 수사는 지지부진하고, 워낙 과점을 하고 있는 업체라 불매운동 또한 어려운 실정이었다. 

  또한 이런 자들은 노동자들의 투쟁에서 불가피하게 일어날 수 있는 피해 등을 과장하고, 그것으로 여론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게 하려 한다. 이번에도 불매운동으로 야기될 가맹업주들의 피해를 이야기하면서 불매운동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만들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물론 소상공인인 가맹업주들이 받을 수 있는 피해는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가맹업주들은 이러한 사태를 유발해서 업체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불매운동으로 인한 손해까지 일어나게 만든 사측을 비판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해야지, 이 사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한 불매운동을 벌이는 노동자, 시민들을 비난해서는 안 된다.

  이제 노동조합을 탄압하는 자들, 노동자들을 분열시키려는 자들, 노동자와 지지하는 시민들을 이간질하려는 자들이 산업재해를 빈발하게 만드는 자들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전국민적인 SPC그룹 제품불매운동에 나서야 할 것이다.

  그 빵을 먹지 마라, 노동자들의 핏물로 만든 것이니까.

 

<주권자전국회의 웹진 55호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