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3.1절 104주년 대통령 기념사는 망언 모음집인가
경악을 금치 못할 대통령 기념사가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의 3.1절 104주년 기념사 내용이 처참한 수준이다. 이 자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맞는가라는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통탄치 않을 수 없다.
가장 논란이 큰 부분은 일본을 "과거 군국주의 침략자에서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안보와 경제, 그리고 글로벌 어젠다에서 협력하는 파트너"로 규정한 부분이다. 기념사에는 이런 말도 담았다. "영광의 역사든, 부끄럽고 슬픈 역사든 역사는 잊지 말아야 합니다.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우리뿐 아니라 동아시아 동남아시아 일대를 전쟁의 광기로 몰아넣은 일본 제국주의의 만행은 왜 언급조차 않는가? 착취, 징용, 군 위안부 등 식민지 전쟁범죄를 자행했던 과거사 문제가 여전하다. 모두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모색하기 위해, 일본이 진정 우리의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다. 윤석열 정부의 기억은 참으로 선택적이다.
그러면서 "우리는 세계사의 변화에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국권을 상실하고 고통받았던 우리의 과거를 되돌아봐야 합니다."라고 언급한다. 강도가 무력을 동원해 강압적으로 누군가에게 피해를 입혀도, 제대로 방어하지 못한 피해자의 잘못이라는 말인가? 그 옛날 이완용, 윤치호 등 친일 반민족행위자들의 궤변과 다를 바 없다. 기념사라기보다는 차라리 망언집에 가깝다. 순국선열들이 분노에 차 무덤을 박차고 나올 일이다.
이어 “한미일 3자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습니다.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연대하고 협력해서 우리와 세계시민의 자유 확대와 공동 번영에 책임 있는 기여를 해야 합니다.”라고 말한다. 이 역시 강자에게 비굴하게 굴종하며 개인의 안위를 취했던 친일파들의 음흉한 습성과 완전히 같다.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이 만나는 지정학적 위치에서 모두를 아우르는 힘을 갖추려는 전략적 사고는 찾아볼 수 없다. 스스로를 평가절하하며 강자의 졸개임을 자처하는 모양새는 천박하고 역겨울 따름이다.
대한민국의 역사는 스스로 힘 갖춰 주권국가로 당당히 거듭난 도전의 역사였다. 그리고 3.1정신은 이 거룩한 역사의 원형이었다. 104년 전의 3.1혁명은 민주공화국의 탄생이었고, 식민지배를 단호히 거부한 독립국가의 탄생이었다. 아무런 이유 없이 헌법의 가장 앞에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1919년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고..."라고, 3.1정신을 새겨놓은 게 아니다.
'헌법을 수호한다'고 국민 앞에 선언하며 임기를 시작하는 대통령이, 다른 날도 아닌 3.1절에 망언을 쏟아내는 건 스스로 헌법정신을, 대한민국을 부정하고 있는 꼴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어느 나라의 대통령인가.
일제식민지배로부터 독립한 후 일제부역자를 처단하기 위해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반민특위)가 조직됐다. 하지만 반민특위는 1949년 6월 6일 강제해산 당하고 만다. 처벌받은 반민족행위자는 0명이었다. 나라를 팔아먹으면서까지 개인의 탐욕을 추구한 이들이 여전히 득세하는 세상, 불의가 정의가 되고 몰상식이 상식이 되는 사회는 그렇게 탄생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말 같지도 않은 헛소리도, 3.1절에 버젓이 일장기가 게양되는 것도, 제대로 단죄하지 못한 역사에 기인한다. 과거 친일을 했던 당사자들은 죽어 없지만 공동체를 파괴하면서까지 제 탐욕을 채워온 이기심이 사회 곳곳을 떠다닌다. 항간에 떠도는 각자도생 사회라는 풍문도 근본적으로 여기에 뿌리를 둔다.
해서 3.1절 104주년에 쏟아진 기념사 아닌 기념사를 강력히 규탄한다. 독립, 민주, 자유, 평화정신의 원천인 대한민국의 국혼, 3.1정신이 뿌리채 흔들리고 있다. 우리는 아직도, 여전히 일제식민지배의 망령과 싸우고 있다.
2023. 3.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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