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건설노조가 ‘건폭’이라고? 정치검찰 너희들이야말로 ‘검폭’이다
사람은 자기가 친숙한 용어를 사용해서 자기 사고방식과 성품을 나타내는 모양이다. 대통령이라는 자가 외국 방문을 하면서 욕설을 하여 국민들이 혀를 차게 만들더니, 얼마 전에는 난데없이 ‘건폭’이라는 말을 사용해서 이 말을 듣는 당사자뿐 아니라 국민 대다수를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있다. 건폭은 건설현장폭력배를 줄인 말이라고 한다. 건설노조는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에 따라 결성된 조직인데 폭력배 취급을 하다니 이 얼마나 얼토당토않은 일인가?
윤석열 대통령이 이런 말을 즐겨 쓰는 것은 처음이 아니다. 대통령 되기 이전 검사 시절 ‘수사권을 갖고 정치보복을 하면 그게 깡패지 어디 검사냐’라고 했는데, 이때도 그냥 정치보복을 하지 않는다고 하면 될 터인데 굳이 깡패라는 단어를 써서 자기 생각을 표현하였다. 폭력배나 깡패를 오랫동안 자주 볼 수밖에 없었던 개인적인 환경 때문인지 이런 말을 쓰고도 본인은 전혀 어색해하지 않고, 그럴듯한 표현을 했다는 듯이 으쓱하는 것 같다.
오랫동안 건설노동자들은 이른바 ‘노가다’라는 정체 불명의 이름으로 불리었다. 7-80년대에는 노가다 한번 해보지 않은 젊은 남자가 없을 정도로 친숙한 직업이었다. 물론 건설 현장에는 건설노동자가 주업인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지만, 단기간의 수입을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대학생이 학비를 벌기 위해 방학 때 이른바 노동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였고, 군대를 가기 전이나 제대 직후에도 많은 사람들이 건설 현장에서 일을 하였다.
건설노동자는 그만큼 취업이 쉬웠는데, 반대로 해고도 아주 쉽게 이루어졌다. 그냥 내일부터 나오지 말라고 하면 그것이 해고 통보였다. 이들에게는 안정된 직장이 주어지지 않았고, 건설사와 직접 고용관계를 맺는 일이 거의 없었다. 그 대신 십장, 오야지 등으로 불리는 이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고용되었다. 이러한 다단계 고용은 심지어 하청에 재하청, 또 하청 등으로 이어졌다. 자연히 고용 자체에 온갖 비리가 함께 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고용구조는 당연히 임금 수준을 낮게 만들었고, 작업환경도 가장 열악한 상황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산업재해에도 가장 많이 노출되는 직종이 되었다. 장시간 노동 강요에 할 수 없이 동의할 수밖에 없었고, 공기를 무리하게 단축하려는 건설사의 요구가 하청업체, 십장 등을 통해 내려올 때 그것을 거부할 수 있는 아무런 수단이 없었다. 한마디로 말해서 건설노동자는 노동3권은 물론 기본적인 근로조건 보장의 사각지대에 있는 노동자였다.
전태일 열사가 근로기준법을 지키라고 하는, 아주 상식적인 요구를 내걸며 자신의 온몸을 불살라야 했을 정도로 우리나라의 근로조건은 정말 후진적인 수준을 넘어서 야만적일 정도였다. 노동자들의 투쟁과 많은 시민들, 종교인들 등의 지지 지원으로 어느 정도 개선이 된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기본적인 근로조건이 거의 무시되어 왔던 곳이 바로 건설현장이다. 그것을 통해 재벌들의 돈줄이 되는 건설사들은 무한 착취를 통한 이윤을 확보해 왔다.
화물운수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로조건과 이에 따른 사회적 위험 요소에서도 알 수 있듯이 건설노동 역시 이렇게 기본적인 근로조건도 보장되지 않을 때 단지 노동자에게만 피해가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재난으로 연결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 2021년 6월 광주광역시에서 발생한 HDC현대산업개발의 붕괴 사고이다. 이외에도 븡괴사고, 추락사고 등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는데 이 모든 것이 이와 같은 구조적 원인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을 통해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을 개선하고, 건설현장의 불법 비리를 척결하여 사회적 참사를 없애기 위한 행동에 나선 곳이 바로 건설노조이다. 건설노조의 조직 이후 건설노동자의 저임금이 다소 개선되었고, 장시간노동이 줄어들었으며, 산업재해도 아직 미미하지만 줄어들어 가고 있다. 그것은 자연스럽게 건설사의 이윤이 줄어드는 결과가 되었다. 또한 건설사와 유착된 정치자금이 줄어드는 결과도 되었다.
최근에 건설경기의 불황에 대해 윤석열 정권이 건설사에 엄청난 혜택을 주려고 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건설노조에 대한 탄압은 건설사의 이윤을 보장해 주기 위해 검찰권을 동원하는 것이다. 이제 막 근로조건의 개선과 노동3권의 보장이 이루어지기 시작한 건설노조를 가진 자들의 이익을 위해 핍박하고, 언론을 통해 희한한 비방을 일삼는 윤석열 정권이 과연 건설노조를 두고 ‘건폭’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서 비난할 자격이 있을까?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건설노조는 건설현장의 비리 불법의 주인공이 아니라, 그것을 막고 근로조건을 개선하고 사회적 참사를 막으려고 한 주체이다. 그런 건설노조를 폭력배집단으로 매도하는 윤석열 정권은 다시 한번 자신들에 대해 돌아볼 필요가 있다. 폭력배는 어떠한 자들인가? 이익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거짓말을 밥 먹듯하며, 자기네 조직원에게 이권을 주기 위해 혈안이 된 자들이다. 어떤가? 윤석열 정권과 딱 들어맞지 않는가?
윤석열 대통령 자신이 검사 시절 말했듯이 정치보복을 위해 검찰권을 쓴다면 깡패와 다를 바 없다. 지금 저들은 그렇게 하고 있다. 야당 공격을 위해 사상 최대의 검사를 동원하여 압수수색을 밥 먹듯 하고 있고, 방송 장악을 위해 방송통신위원회와 공영방송 등을 공격하고 있다. 게다가 금융감독원, 교육부 등 검사와 아무 관련도 없는 곳에 검사를 임명하고, 검경 수사권 분립이 무색하게 검사 출신을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하려다 망신을 당했다.
모든 검사가 그렇다는 것이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검사 시절 인연을 맺은 이른바 ‘윤석열 사단’이 지금 제2의 하나회가 되어 정부 요직 곳곳을 장악하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행정부를 움직이려 하는 것이 1년도 안 된 윤석열 정권의 현실이다. 그야말로 자기 똘마니들 밥그릇 챙겨 주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광분하는 모습이다. 이것이야말로 조직폭력배들이 하는 짓이다. 이제 윤석열 대통령에게 들려줄 말은, 이것이다.
건설노조가 ‘건폭’이라고? 정치검찰 너희들이야말로 ‘검폭’이다.
2023. 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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