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탈옥
탈옥
-정해랑-
그가 탈옥했다
담을 넘은 것도 아니고
쥐구멍으로 기어 나온 것도 아니고
감옥을 폭파시킨 것도 아니었다
형리들이 대문을 활짝 열어젖히자
보무도 당당하게 제 발로 탈주했다
판관의 지엄하신 결정이라고 했다
기다렸다는 듯 한마디 이의 절차 없이
풀어주라고 한 검찰관 우두머리의 추상 같은 명령이라고 했다
칠십년이나 적용하던 것을
왜 그에게만 바꾸어 적용하는지
사흘만에 다시 왜 원래대로 돌아갔는지 도대체 이해할 수 없었다
이제 법전은 엿이나 바꿔 먹어라
한 사람만을 위한 법
사흘만 쓰고 다시 둔갑하는 법 적용
그 마누라와 간신들을 위한 법은 쓰레기통에나 쳐넣어라
괜히 고상한 척하지 말고 솔직히 선포하라
내란수괴를 풀어주어야 너희가 살 것 같다고
차라리 네 죄를 내가 알렷다 하던 시절로 돌아가겠다고
하지만 우리는 너희와 함께 갈 생각이 추호도 없다
너희들처럼 왕 밑에 살 생각이 없단 말이다
어떻게 세운 민주공화국인데
얼마나 많은 이의 피와 땀으로 이룬 민주주의인데
소처럼 일하고 개처럼 얻어터지며
고문당하다 죽고
최루탄 맞아 죽고
네 놈들 배 불리려고
우리 새끼들 굶겨야 하는
차별과 혐오가 넘실거리는
그런 세상으로 다시는 안 갈 것이다
이제 우리는 그를 다시 감옥에 쳐넣을 것이다
시민의 힘으로 가둘 것이다
사악하고 탐욕 스러운 그 마누라도 잡아 넣을 것이고
그에게 아부하며 그만을 위해 일하다
떡고물이나 얻어먹으려는 간신배들도 모조리 쓸어넣을 것이다
그가 감옥문을 나왔다
보무도 당당하게 제 발로 걸어 나왔다
주먹까지 불끈 쥐었다
하지만 그것은 탈옥이었다 탈주였다
법비들이 꼼수로 풀어준 것이었다
그를 다시 쳐넣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가 우리를 수거할 것이다
그가 이 땅을 커다란 감옥으로 만들고 말 것이다
그와 우리는 한 하늘 아래 살 수 없기 때문이다